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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Jan 19. 2022

눈이 많이 왔다. 군대 간 아들아, 잘 있지?



어제 눈이 많이 왔다.

중학생 딸은 함박눈이 내리는 밖을 보고 너무나 좋아한다.

우리 집 막둥이 반려견 코코와 산책을 나갔는데, 눈에서 펄쩍펄쩍 뛰고 너무나 좋아한다.

한참을 좋아서 나를 끌고 다니던 우리 집 반려견 코코는 한참이 지나자 한 발을 들고 땅에 내리지를 않는다.

자세히 보니까, 눈이 뭉쳐서 다리에 달라붙어서 발이 시린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자니까,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눈을 보고 좋아하는 우리 딸을 보는 것도 너무 즐거웠다.

그렇게 산책을 하고 나니까, 나도 절로 행복해졌다.




그런데 저녁에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우리 아들은 지금 군 복무 중이다.

목소리가 너무 지쳐 보여서 "오늘 많이 힘들었냐고?"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오늘 우리 아들이 있는 포천에 눈이 많이 내렸다고 했다.

재설하느라 1시간 동안 밖에서 눈을 치웠더니, 춥고 조금 지쳤다고 했다.

"괜찮다"며, 아들은 웃는데 나는 순간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내가 여기서 눈을 밟으며, 편하게 반려견과 딸과 산책을 하고 있을 때 '우리 아들은 군에서 재설을 했구나!'라고 생각하는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아들들은 자기가 가고 싶어서 군대에 간 게 아니다.

남자의 의무라고 군대에 간 것이다.

하지만 돈 있고 빽 있는 국회의원들 자신과 국회의원의 자식들 중 현역으로 만기 제대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깝고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을 남자의 의무를 다하려 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군에 가 있는 남성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의 평화와 안락이 자신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 군에 가 있는 젊은 남성들의 희생으로 가능한 건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요즘 군위문 편지 때문에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난 양쪽의 주장이 다 옳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미성년 여학생한테 위문편지를 쓰게 하는 것은 문제다.

그리고 군에 가 있는 젊은 남성에게 성의 없고 비아냥 거리는 듯한 편지를 쓰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왜? 위문편지는 꼭 미성년자인 여성이 써야 하나?

남성이 쓰면 안 되나? 이것은 당연히 잘못된 성의식으로 기인한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성의 없이 위문편지를 쓸 거면 안 쓰는 게 낫다.

그리고 나도 우리 아들이 군에 가기 전에는 잘 몰랐다.

"왜? 그리도 젊은 남자들이 군대 가기를 싫어하는지?"

그들은 갈 수밖에 없어서 간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간 게 아니다.

그들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면 안 된다. 희생하는 시간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그동안 같은 또래 여학생들은 공부를 하고, 돈을 번다.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다.

자기 결정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 남자들은 군대에서 그 시간 동안 자신의 시간을 나라를 위해서 희생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자기 결정권이 없다. 이 기간의 남성들에겐 말이다.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만 간다고 생각하지 않게 제도를 개선해줘야 한다.

정당하게 희생하는 시간에 맞는 대우를 해주면 된다.

그래야 현역 군인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것이다.




처음 아들이 군대에 갔을 때는 하루하루 아들 걱정에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오늘같이 눈이 오는 날 아들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잘 지내고 있는 아들이 너무나 고맙다.

남은 군생활 동안 무사히 건강히 지내고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방송에서 군 관련 기사라도 나오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남일 같지 않아 노심초사한다.

지금도 가끔씩 군 관련 안 좋은 기사라도 나오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아들 걱정 때문에 말이다.


오늘도 건강이 잘 있다고 소식 전해준 군에 있는 아들! 오늘도 수고했어!

군에서 제대하는 그날까지 건강하게만 잘 지내다오~ 

그리고 "아빠하고 군대 얘기 30분 이상해도 참아 줄게! 무사히만 나와 다오!"

"제대하면 눈 치우지 말고, 엄마하고 눈을 밟으며 산책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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