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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Nov 27. 2022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

길 가다 넘어져 버렸어요ㅠㅠ

평범한 일상이, 건강한 나의 몸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산다.

불과 몇 년 전에 병원을 그렇게 다녔는데 말이다.


나는 3년 동안 교통사고 3번, 암수술, 맹장수술, 가슴 혹 제거 수술 등을 받았다.

불과 3년 동안 말이다.  다 나아서 병원에서 나온 후 바로 다시 병원에 입원하는 일을 반복했었다.

그러한 일상을 겪으며 건강하게 살았던 지난날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그러고 나서 건강하게 산지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았다.


집에서 아이들이 학교 가는 걸 챙겨줄 수 있는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 일상인지 모른다.

엄마는 병원에 있고 아빠는 출근해서 어린 딸이 혼자 밥을 챙겨 먹고 학교에 갔을 것을 생각하면, 그냥 안쓰럽고 미안해서 지금도 눈물이 난다.

그래도 지금은 다 나았기에 웃으며 그때를 추억할 수 있다.



오늘 퇴근 후 저녁 재료를 사서 양손에 장 본 것을 들고 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딸아이가 좋아하는 핫도그를 사서 집으로 가려고 핫도그 가게로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몸이 붕~뜨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몸이 가게 문 바닥에 낮은 턱이 있는걸 못 보고 넘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옆으로 90도로 말이다. 양옆에 장바구니를 들고 있어서 손으로 바닥을 전혀 짚지 못하고 맥없이 그대로 옆으로 넘어졌다. 살면서 넘어질뻔한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게 90도로 딱~ 넘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넘어져서 바닥에 누워있는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을 누워있었다. 가게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손을 내밀어 주었다. 일단 간신히 앉기는 앉았는데, 몸 왼쪽 전체가 너무나 얼얼했다. 손을 잡아준 덕분에 한참을 가게 의자에 앉아서 괜찮아지기를 기다렸다.  가게 사장이 와서 아무래도 상태가 안 좋아 보이니까, 혹시 많이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되면 연락을 하라고 했다.


사실 그런 얘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혹시 정말 많이 다치지 않았을까?' 그래서 또 아이들 혼자 있어야 될까 봐 너무 걱정이 됐다. 일어나서 천천히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앉아있으니까 조금씩 더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나에게 너무나 싫은 곳이다. 몇 년 동안 불과 지난달까지도 계속 병원을 다녔으니 말이다.

지난달 암수술을 받고 5년이 지나서 드디어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병원에 가기가 싫었다.


오늘 밤만 한번 지내보고 큰 이상이 없으면 병원에 안 가기로 혼자서 생각했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니까, 밤에 약국에 가서 넘어졌을 때 도움 되는 약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근육이완제와 파스를 줬다. 


집에 와서 약도 먹고 파스도 붙였더니 조금 견딜 만 해졌다. 앉아서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어떻게 그렇게 맥없이 넘어졌을까? 

어디가 부러졌는지? 병원을 가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여전히 왼쪽 관절이 안 아픈 곳이 없다. 하지만 심한 참을 수없는 통증까지는 아닌 것 같아 골절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만해서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 전 친구가 집에서 높은 곳에 짐을 올리다가 넘어져 팔이 골절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 이제 늙어서 그런 건가?  반사신경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오늘도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지나간 하루가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길 가다 넘어져서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평상시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아는 언니의 시아버지는 십 년 전 겨울에 길을 가다가 넘어지셨다. 넘어질 때 머리가 땅에 부딪치고 엉덩이 뼈가 골절이 됐다. 그 이후로 일어나지 못하고 1년을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셨다. 더 슬픈 건 1년간 투병하는 동안에 식물인간 상태로 의식이 없었고 자신의 똥오줌도 며느리인 그 언니가 치웠다는 것이다.


병간호를 하는 그 언니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의식 없이 자신의 치부까지 며느리가 처리해야 하는 시아버지의 삶도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가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갑자기 사고를 당하고 나니까 새삼 느껴진다.


이태원에서 누가 길가다가 그 많은 사람이 죽을 줄 알았겠는가?

오늘의 평범한 일상이 내일도 당연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


평범한 일상이 고마워지는 오늘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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