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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Jan 15. 2023

우리 언제 만나!

이 얼마나 공허한 이야기인가?


우리는 살면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혼자 사는 인생이 아니니까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사람으로 위안을 받으며 살지만, 동시에 사람 때문에 상처받으면서 산다.

물론 사람으로 인한 상처가 치유되려면 또 사람의 관계가 필요하다.


인생을 살면 어느 순간에 통달하고 모든 게 쉬워지는 순간이 있기는 한 걸까?

이제 나도 더 이상 사람 때문에 상처받지 않겠다고 '사람에게 정을 주지 말자!' 하면 너무 외롭다.

'그래도 주위에 사람이 있어야지!'라면 나도 모르게 사랑과 정을 나눠주면 또 이내 사람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


학부모 엄마들 모음을 하다 보면 갑자기 아이가 상급학교를 간다거나, 나와의 이해관계가 더 이상 없게 됐을 때 손절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어제까지 너무나 친한 아이 친구 엄마였는데 갑자기 얼굴을 바꿔서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너무 어이가 없다가. 그런 사람들이 자꾸 발생하니까, '아, 이런 모임의 한계구나!'라고 체념하게 되었다.


그런데 직장동료들도 그런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어제까지 죽고 못사는 직장 동료였는데, 퇴사를 하고 나서는 다른 얼굴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래 나 말고는 다 타인이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야!'라고 마음을 먹고 거리를 두고 사람을 대하려고 해도 나의 천성이 그렇지 못해서 인지 자꾸 사람과의 관계에서 '정'이 파고든다.


얼마 전에 관둔 직장 동료가 10년을 넘게 절친인 줄 알았는데, 퇴사 후 다른 모습을 보인다.

'아, 내가 또 헛짚었구나!'라는 생각에 허탈해진다.

나만 진심으로 그 사람을 대했고 그 사람은 나와의 관계는 그냥 비즈니스 관계였던 걸 또 몰랐던 거다.


이렇게 또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입어서 나 자신이 숨지 않도록 기도하고 싶다.

사람의 진심을 믿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건 나도 알고 다른 사람도 느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가뜩이나 추운 겨울! 더 추워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어떤 책에서의 문구처럼 '좋은 사람한테는 좋은 향기가 나고, 나쁜 사람한테는 악취가 났으면 좋겠다.'

그러면 냄새로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경우에 '나는 어떤 냄새가 나는 사람일까?' 잠깐 고민해 본다.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친구들한테 전화를 걸었다.

카톡이 아니라, 전화를 했다.

'그냥 안부가 궁금해서 전화를 했어!'라고 했더니, 모두 의아해한다.

혹시 평소에 너무 바쁘게 사느라, 나의 마음을 다른 사람한테 전하지 못하고 살지는 않았나? 반성해 본다.


'우리 언제 만나!'라는 말은 안 만나고 싶다는 얘기와 같은 이야기인 것 같다.

'몇 월, 며 칠 만나는 건 어때?'라고 구체적으로 물어보지 않고 애매한 언젠가는 없는 날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나의 마음을 전하고, 나도 전해받는 따뜻한 겨울이었으면 좋겠다.

공허한 인사치레대신 말이다.


'우리 내일 만날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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