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통 운전하면서 음악을 듣기보다는 창문을 약간 열어놓고 생생한 날것 그대로의 삶의 소리를 오롯이 듣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데 오늘처럼 가끔 라디오를 틀어놓고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라디오를 틀자마자 흘러나온 노래는 무척 감미로웠고 낯설지 않은 노래였습니다. 그런데 분명 부를 줄은 몰라도 들어 본 적이 있는 노래인데 노래 제목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궁금증이 점점 더해진 채로 집에 돌아와 곧장 라디오 편성표를 확인하다가 제목을 알아냈습니다. 김성호라는 가수가 부른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란 노래였죠. 제목부터 영락없이 한 편의 시를 접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너무나 눈부신 모습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가까이 갈 수 없었죠
나의 더러운 것이 묻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내 마음은 병이 들었죠
그녀는 천사의 얼굴을 천사의 맘을 가졌죠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죠
허름한 청바지에 플라스틱 귀걸이를 달고 있던
그녀를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건
너무나 자랑스러워
내가 갖고 있는 또 하고 있는
내가 그렇게도 원했던 모든 것
어느 날 갑자기 의미 없게 느껴질 때 오겠지만~
그녀와 커피를 함께했던 가슴 뛰던 기억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거예요
사랑이란 말이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요즘이기에
나는 그녀를 감히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싫었어~
하지만 밤새워 걸어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보다 더 적당한 말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외로운 날이면 그녀 품에서
실컷 울고 싶을 때도 있었죠
가느다란 손이 날 어루만지며 꼭 안아준다면~
그녀는 나에게 말했죠 친절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렇게 대한 것이죠
그러나 그녀는 그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죠
이 노래를 한번 듣고 말기엔 노래 가사가 불러일으키는 기억이 너무 아득해서 또 듣고 또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사를 음미해 보면 어쩌다 커피를 함께 마신 여자가 천사처럼 보일 정도로 남자는 이미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죠. 짝사랑이 시작된 겁니다. 그러면서도 남자는 속마음을 그녀에게 털어놓지 못하죠. 아마도 남자는 온 하루를 그녀만을 생각하느라 기뻐하다가도, 차마 고백도 할 수도 없는 처지라 이내 슬픔에 빠졌을 겁니다. 그래서 짝사랑이란 감정의 냉탕과 온탕을 끊임없이 오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얼굴 보는 것조차 못하게 될까 봐 그녀 곁에 있을 수 있는 법을 생각하며 밤새 걸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걷고 또 걸어도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만 확실해질 뿐이죠. 결국 남자는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가슴 뛰던 그 기억만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남자는 폐인이 되지는 않은 것 같아서 한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농담이 아니라 제 주변에서 사랑 때문에 폐인이 되다시피 한 사람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이 노래를 들을 때는 오늘처럼 가사를 자세히 듣지 않고 그저 ‘이 노래 좋다’하고 노래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우연히 이 노래를 듣게 되면서 노래 가사를 음미해봤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지난 기억이 떠올랐죠. 누구에게나 짝사랑의 기억이 있었듯 저 또한 누군가를 짝사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래를 듣고 또 들었던 것 같습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바람에 눈처럼 날릴 때면 가끔 생각나던 기억이 오늘 이 노래 덕분에 아득하나마 다시 떠오릅니다. 물론 그것은 그 사람의 안부가 궁금한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아마도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던 그때의 나 자신이 그립기 때문일 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