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삶이 나에게 말을 걸면

by 이광

호기심으로 집어 든 책을 단 몇 페이지를 읽었을 즈음, 책은 나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책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겨야 했다.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은 내 세포 하나하나를 통과하고 마침내 나에게 말을 건다. 말을 걸더라도 안부를 묻는 데서 그치지 않고 꼭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던져지는 대게의 질문은 나를 힐책하는 것들이어서 답을 하기 위해 마음 깊숙이 어딘가를 헤집다 보면 결국 나는 벌거벗고 만다. 내 삶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모두 이런 식이다. 나를 벌거벗게 만드는 질문들 뿐이다. 그러면 나는 벌거벗는 일 말고는 다른 대안은 없다. 때로는 벌거벗는 것이 싫어서 버티기도 해보고 못 들은 척하기도 해봤다. 하지만 그것은 내 삶이 던진 질문의 의도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게 나 자신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들을 삶이 대신해서 나에게 묻는 것이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책이 내게 던진 질문은 사실 내가 책을 읽지 않고 다른 무언가를 하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결국 내게 던져졌을 질문이다.


삶이 내게 던지는 질문들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다만 답으로 인정하는 단계만 남았을 뿐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 단계는 쉽게 끝난다. 아니, 복잡할 수도 있으나 나는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매번 복잡하게 생각할 때마다 나는 내 발등을 찧고 말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살면서 문득 삶이 나에게 말을 걸면 오랫동안 혼자 걷고 있던 길에서 우연히 길동무를 만난 것처럼 기꺼이 춤을 추며 반기기로 하자. 그러면서 삶이 내게 질문을 던지면 그 질문과 함께 답도 던져졌다는 것을 잊지 말기로 하자. 삶이 던지는 질문은 지극히 평범한 것이어서 그것에 대한 답도 평범하게 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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