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장갑

by 이광

12월에 들어서자마자 기온이 크게 떨어졌다.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매서운 바람에 귀가 얼얼하고 손이 시렸다. 냉기를 가득 머금은 손으로 운전대를 잡는데 뼛속까지 냉랭해졌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잔뜩 움츠리고 다니지는 말자고 겨울 언젠가 스스로 다짐했었다. 하지만 가슴을 펴고 걸으려 해도 두세 발짝 걷다 보면 자동으로 몸이 움츠러드는 날씨라 옛 다짐은 무용지물의 소관이 되고 말았다.

오후에도 바람은 여전히 매서웠고 손은 몹시 시렸다. 두 손을 주머니에 꾹 찔러 넣고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서 있는데 바로 옆에 속옷 파는 가게가 있길래 들어가서 털장갑 한 켤레를 사서 그 자리에서 손에 끼었다. 오랜만에 끼어보는 털장갑이었다. 생각해 보니 작년 겨울에는 손가락이 나오는 장갑을 끼고 다녀도 추운 줄 몰랐다.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지 나는 여태껏 추운 줄 모르고 겨울을 지내왔다. 하지만 이제는 겨울이면 으레 추위를 달고 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도 여태껏 겨울이면 추위를 타지 않은 특권을 누렸다고 생각하면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집에 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서 눈에 들어온 신간 서적을 털장갑을 낀 채로 한 시간 정도 읽었다. 따뜻한 털장갑을 끼고 책을 읽어서 인지 가슴이 서서히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유가 책 때문인지 아니면 털장갑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나 스스로 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밤에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낮에 산 털장갑이 생각나 다시 한번 손에 껴봤다.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이 좋아서 장갑을 낀 채로 자판을 두르려도 봤다. 물론 글자를 바르게 칠 수가 없어서 털장갑을 벗어야 했지만, 이 털장갑은 이미 올겨울 최애 소지품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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