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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길 colour Dec 09. 2019

잊혀지지 않는 삶을 꿈꾸는 생존자

2019.10.28.달날





나에게 그들은 그렇다.

세월호 생존자이며 잊혀지지 않는 삶을 꿈꾸는 자!

짧지만 끈끈한 인연으로 그들을 만다.


[2019년 '일상으로'_세월호 생존자 전시회]



2015년,

이르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상담가로 그들을 처음 마주했다.

경계하는 눈빛이 확연해

쉽게 말을 붙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죽음의 문턱 앞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그들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두려움이었으며,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공포의 대상이었다.

 

제주의 거센 바람에 요동치는 모든 것들이

그들의 일상을 위협하였으,

사람 역시 두려움 또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 당연하다.


세간의 시선 또한 그들을 힘들게 했다.

살아남은 자의 상처를 돈의 무게로 저울질하거나

트라우마를 시험하는 대상쯤으로 여기는 것은 다반사였고,

배상이라는 이름으로 들쑤셔지는 상처가

더욱 깊이 일상을 파고드는 날이면

쉽게 머리를 누이고 잠들지 못하는 밤이

몇 날 며칠 계속되었다.




[2019년 '일상으로'_세월호 생존자 전시회]




살아남았다는 것이 마치 죄인냥

자기 가슴을 치며,

함께했던 이들의 손을 붙들고

을 지탱했던 것이 전부였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특별함이 아니었다.

전과 같은 일상, 전과 같은 평범함, 전과 같은 관계였다.


그렇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넘어가지 않는 밥을 겨우 씹어 삼키고,

재연되는 공포의 기억에 마주하기 위해

몸과 마음의 지금 상태에 집중하며,

그저 하루하루에 성실함을 다했다.

그저 그뿐이었다.


'회복'이라는 여정에 나섰지만

언제쯤 약을 줄일 수 있을지,

언제쯤 사람을 만나 제대로 된 눈인사를 나눌 수 있을지,

언제쯤 세상에 없는 풍경이라는 제주바다가

공포가 아닌 희망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기약 없는 날이 계속되었다.


그저

미치도록 살고 싶고,

다시 살고 싶고,

일상으로 돌아가 살고 싶은 소망뿐이었다.


소망하는 마음과 몸의 감각이

고스란히 드러난 그들의 작품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5년여간의 소망이 한해 한해 여물어가며

그들은 새로운 꿈을 꾼다.


잊혀지지 않는 삶!

2014년 6월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도록,

그리하여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자신이 빚어낸 도자기와 그림에 

그간의 상처와 통증을 고스란히 담는다.

그들 스스로에게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날을 기억하고 새기며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 된지 오래다.


어쩌면,

그들의 오늘 전시는 앞으로 계속될 기록의 시작에 불과할 지 모른다.

아픔의 기록을 묵묵히 이어가는 그들과 함께

기억하고 행동해야 할 우리의 몫이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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