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_Sign&징후

2019.11.08. 쇠날

by 이길 colour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91118133633_0_crop.jpeg [출처: 핀터레스트, 그림: 이길]


며칠 전 있었던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

자칫 삭제될 뻔했던 메일을

휴지통에서 옮겨내며,

당시 마음속으로

단단히 되새기던 말을 상기한다.


'이번 검진 결과만 잘 나오면,

운동 열심히 해야지!!

하루 2리터 물은 기본이야!!'


자동으로 측정되는 혈압 수치를 보고

미간이 좁아지던

간호사의 표정이 떠오른다.

내 몸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마음이 덜컥한다.


아니나 다를까,

방문상담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몸이 나른해진다.

다행히

예측하지 못했던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나

고질적인 저혈압과 빈혈로

지속적 불편함이 있는 상황이다.


관리해야 하는 질병임에도 소홀했었다.

고혈압보다 낫겠지라는 무지와

음식으로 조절이 가능하겠지라는 자만에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다.


짧은 순간에

제일 먼저 스쳐간 이는 아이들이다.

하루에 열두 번

아이들과 스펙터클한 영화를 찍어 줄

엄마의 부재는 슬픔이다.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영향력은 남다르다.

내 엄마가 그랬으니,

나 역시 그렇겠지!


요즘 들어,

질서가 무너져 버린 듯한 생활과

이것저것 다 놓치고 있는 듯한 내 본새가

처량하다.

좋은 엄마도 아니고,

빈틈없는 워커도 아니기에,

훌륭한 친구나 동료는 더더욱 될 수 없다.

일을 벌여놓기는 했지만

마무리된 것은 어느 하나 없고,

섬세한 위로보다도

요구되는 역할이 더욱 많다.

내 상태에 대하여
조금 더 알게 되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왈칵하는 감정이 솟구친다.


제대로 충전이 되지 않아

또는 더 태울 것이 없어

내 존재의 심지를 태우고 있는 느낌이다.

'하여튼 유별나!'라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감정적 위기를 넘겨보려 하지만

목에 뜨거운 것이 들어차 도통 넘길 수가 없다.

덜컥,

학습된 우울감, 불안감, 무력감에

또다시 압도당하는 것은 아닌지 겁이 난다.


Sign이다.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세심한 주의와 관찰이 필요하다는 징후이다.

내 주위를 맴돌던 저혈압과 빈혈이 나를 괴롭히는 것도,

무뎌진 상태에 비해

과하게 느껴지는 순간의 울컥거리는 감정도,

몸과 마음이 나에게 보내는 도움의 모르스 부호이다.

찬찬히 들여다보고

스스로의 상태를 해석해야 할 시간이다.

안전한 공간에서 적절한 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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