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_내 이름은 두 손 짚고 일어나 걸어!

2020.02.06.나무날

by 이길 colour




[두 손 짚고 일어나 걸어!]


무기력과 우울, 불안을

꽤나 심각하게 경험했던 나로서는

누군가에게

'힘내!' 또는 '할 수 있어!'라는

격려의 응원을 보내는 것이 부담스럽다!

물론 그런 응원을 받는 것도 반기지 않는다!

지나친 격려는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하는 경향이 있다.

나름 노력했지만 성취할 수 없는 것,

쉽게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것들이

무수히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하는 삶의 여정에서

탈진된 상태의 누군가에게 일방적 격려는

휴식이 필요한 이에게 잠을 빼앗는 것과 같다.


나의 경우는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이

항상 삶의 문제였다.

내 열등감을 들여다보던 어떤 이는

자신처럼 훌륭한 이와 관계 맺고 있는 내가

충분히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는 존재라며

시시때때로 격려했다.

동시에 자신의 우월함을 나에게 각인시키기도 했다.


이후 나는 그녀와 자연스레 멀어졌다.

어디서 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으나,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오는

그녀의 모든 행동이

유독 불편했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관계가 편안한 나는

내가 시간 될 때 상대방과 시간이 맞으면

만날 수 있는 즉흥적인 만남이 편하고,

세상의 모든 특별함보다

흔하디 흔한 내 주위의 다양한 것들에

의미를 두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섬세하고 감성적이며 특별한 그녀는

이러한 나의 성향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의 우둔함과 꽁하는 성격이

모두 열등감에서 비롯되었으며,

그런 나에게 그녀의 특별함이

무시당한다고 여겼다.

결과적으로

나는 유별난 그녀의 특별함에 튕겨져 나갔다.

난 흔하디 흔한 열등감 덩어리였으니까!


나는 활기차게

세상의 시간에 맞추어 달리는 것이 힘들다.

미래지향적이기보다

내가 잘못한 일은 없는지

과거를 곱씹는 일이 흔하고,

가끔은 정말 사소한 일에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꽤나 많은 일에 미련과 후회를 남기기 때문에

그러지 않기 위해

오늘을 발버둥 치고,

내일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때론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가장 치열하고 힘든 일임을 알아차린

열등감 덩어리 나는,

누군가의 격려에 보폭을 맞추다

감정과 생각이 꼬여버릴 것을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그저,

내 두 손으로 균형을 맞추어 일어선 뒤

땅의 온기를 고스란히 느끼며

천천히 걷고 싶다.


다만,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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