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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Louise Oct 05. 2016

레스터에 도착하다

호텔에 머물며 주변에 적응하기

영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무작정 대학원 유학을 결정, 일사천리로 준비를 하고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40이라는 늦은 나이에 두 아이를 데리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레스터라는 도시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가 다닐 학교만 정해졌을 뿐, 집도 없고, 아이들 학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레스터의 소어강을 유유히 지나가는 보트

20대 때부터 보기 좋은 학벌도 인맥도 없는 나였지만 '한번 부딪쳐 보자!'를 속으로 외치며 어디에서든 살아남았다.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사람들이 여겨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며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다. 나와 마주쳤던 그 모든 사람들과의 연을 잠시 끊고 아무도 나를 알아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저 먼 나라의 조그만 도시, 레스터에서의 생활을 내 삶 한가운데 잠시 숨을 고르고 지나가는 편안한 휴식처로 생각하기로 했다. 내 인생의 전환기가 될 그곳, 레스터. 비행기는 12시간을 꼬박 날아 유럽 끝의 섬나라에 도착했다. 


드디어 영국 히드로 공항. 

레스터까지는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택시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지인도 없을뿐더러 많은 짐과 남편, 아이들이 있어 결국 가장 쉬운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만큼 꽤 많은 비용의 택시비 약 150파운드(25만 원 정도)를 부담해야 했다. 나중에 한국으로 다시 귀국할 때는 레스터에 있는 택시 회사에 연락해 가장 적은 택시비 50파운드 정도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현지에 적응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기 전까지는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물론 학교 홈페이지에 혼자 공항에서 레스터로 이동할 경우 이용 가능한 셔틀버스에 대한 안내가 있으며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다.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셔틀을 이용해도 되냐고 물었지만 4 좌석까지 제공해 줄 수 있는 여유는 없다고 했다. 학교 홈페이지에 미니캡에 대한 정보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영국의 미니캡 회사에 연락하기에는 막연한 생각이 들어 히드로 공항에서 택시 기사와 비용을 조율했다. 런던에서 레스터까지 규정된 금액이 있지만, 택시기사와 딜을 하면 많은 비용을 할인받을 수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 숙소(accommodations)에 대한 정보도 있었으나 학교 담당자에게 문의해 보니 이 또한 1인 학생일 경우에만 기숙사나 싱글룸에 대한 예약을 도와줄 뿐 우리와 같이 가족을 위한 숙소 정보는 없고 '프라이빗 하우스(Private house)를 따로 구해야 한다는 답변만 들었다. 가족이 함께 갔을 경우, 혼자보다는 훨씬 많은 것을 준비하고 알아봐야 하니 각오를 충분히 해야 했다.


영국에 도착한 우리는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대신 집을 구해 줄 지인도 현지에 없었다. 새 학기 시작은 9월, 현지 적응을 위해 7월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새 학기가 시작하지 않았으니 빈 집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대신 일주일 동안 지낼 호텔을 한국에서 예약했다. 레스터에도 홀리데이인, 라마다 호텔 등 작고 실용적인 비즈니스호텔들이 있는데 그중 레스터 시내 중심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캠퍼나일(Campanille)’ 호텔을 택했다. 부킹닷컴(Booking.com) 등 인터넷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하면 가격도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고 조식도 추가 혜택으로 받을 수 있다. 아이 2인 포함, 4인 가족이 머무를 수 있는 객실 가격도 하루 7만 원 정도로 저렴하고, 쾌적하고 깔끔했으며, 잉글리시 브랙퍼스트(EnglishBreakfast; 영국의 전통적인 아침식사, 베이컨, 소시지, 콩, 양송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도 무료였다. 무엇보다 와이파이를 무료로 쓸 수 있어서 편리했다. 학교 위치와 부동산, 주변 정보 등 인터넷 서핑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와이파이는 우리에게 무척 중요했다. 

레스터의 캠퍼나일 호텔 앞에서

7월 말의 레스터의 여름 날씨는 햇빛도 쨍쨍하고 기온도 섭씨 28도에서 29도 정도로 더웠는데 호텔에 에어컨 시설은 물론이고, 선풍기 하나도 없어서 무척 덥게 느껴졌다. 심지어는 냉장고도 없었다. 호텔 직원의 말로는 이상 기후로 영국도 지구 온난화로 예년에 비해 무척 더워졌다고 한다. 이전에는 선풍기 하나 없이도 선선한 여름을 날 수 있었지만, 7월 중 며칠은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이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 후텁지근한 날씨를 이겨내야 한다. 호텔 측에 선풍기를 따로 요청하니 외출에서 돌아올 즈음 호텔 직원이 가져다줬다.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한국에서 변변한 비상식량을 싸가지고 오지 않았다. 고추장이나 김치를 싸오다가 음식물이 새서 냄새가 고약한 아시아인 가족으로 여겨지고 싶지 않았다.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과일과 스낵 등 간단히 먹을 것을 구입하거나 테이크아웃 전문점에서 음식을 구입해 먹기도 하고 때로는 레스토랑이나 펍에서 저녁을 즐겼다. 도시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관광객의 자세로 호텔에서 며칠을 흘려보냈다. 

레스터 다운타운의 식료품 마켓
레스터 다운타운의 아기자기한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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