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루다 Mar 27. 2023

‘결혼하실 거예요?’

‘결혼할지는 모르겠지만 연애는 하렵니다’


‘결혼하실 거예요?’


얼마 전 새로 들어온 H양 직원은 내게 물었다.


‘결혼하셨죠?’

‘아니. 결혼 안 했는데.‘

‘왜? 결혼한 줄 알았어?’

‘네.. 반지 끼고 계셔서 하신 줄 알았어요. 결혼하실 거예요?’

‘음.. 결혼은 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는데.. 연애는 하려고 ‘


H양 너 MZ 아니었니?? 제발 나이만 요새 사람이지 말고 마인드도 요새 사람답게 굴자! 나보다 더 꼰대야..


H양이 속으로 뭐야 이 언니 그 나이에 결혼도 못하고 남자친구도 없어?라고 생각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나이에도 결혼을 안 했든.. 못했든.. 그런 사람 많고 남자친구 없는 사람도 많단다 이 아기야. 그리고 난 ’안 한 거다.‘ 오해는 금지ㅎ


H양이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켕겨서 광분하고 혼자 변명하고.. 아줌마 다 됐다..ㅎ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국민이 단체로 오지라퍼라는 부캐를 키우는 걸까??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인데도 별 걸 다 묻는 나쁜 악습이 있다.


모두 개인주의로 삽시다!! 그게 안될 거 같으면 저한테나마 개인주의 적용 좀 부탁드립니다ㅎㅎ



사담이 길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필자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 여성이다. 하물며 '숱하던 과거의 남자들을 뒤로한 채..‘ 지금은 혼자다. 나의 기준에서는 그렇다.


숱했던 남자는 사실 상상이었나.. 꿈이었나ㅎㅎ


어릴 적부터 많은 연애를 했고 많은 남자를 만났었다. 20대 중후반까지는 누굴 만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정확히 서른이 가까워진 이십 대 후반이 되면서 먹고사는데 바빠지다 보니 다음날 출근 생각 때문인지 노는 게 부담스러웠고 주말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데도 피곤하고.. 늦잠 자고.. 낮잠 자고.. 일어나서 미뤘던 집안일들 좀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리고 쉬는 날에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졌다. 나한테 충실하고 싶었다.


필자처럼 이런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면 조심하세요. 연애가 힘들어집니다.


이렇게 저렇게 중간중간에 사건 사고가 생기고.. 어쩌다 보니 어느덧 필자는 40대를 향해 가는 나이가 되었다.


얼마 전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갈 일이 생겼었는데.. 대학병원 낮진료라서 그런 건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는데.. 다들 쌍쌍이 커플이었다.


나만 혼자였다.


평상시에 혼자인 걸 즐기는 필자였는데.. 아파서 센티해진 걸까? 갑자기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진료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 미혼 친구 L양과 메시지를 나누며 낮에 있던 일을 얘기하였는데.. 그녀도 외롭다며.. 내 편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하였다.


친구 L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결혼에 목이 마른 사람은 아니다. 훌륭하고 참된 가정도 많겠지만.. 그런 가정을 본 적이 없고.. 내가 가깝게 지낸 사람들의 가정은 참혹 그 자체였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부터 결혼에 대한 갈망이나 기대가 크지는 않은 편이었다.


이번에 몸이 아프고 그래서였을까? 결혼까지는 모르겠는데 옆에서 누가 있어서.. 나를 챙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이 마음이 또 언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그런 마음 일 것 같다.


병간호 맡기려고 누가 있었음 하는.. 그러건 아니니 오해는 마세요ㅎ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합니다!!


결혼을 염두해 놓고 누군가를 만난 다기보다는 연애를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러 다니고 놀러도 좀 다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이번에 병원에 다녀와서 많이 했다.


세상에 별 남자가 없다는 건 이미 진작에 눈치챘다. 그렇지만 결혼할 나이라고 해서.. 그렇다 하여서.. 적당한 남자와 적당한 감정으로 결혼을 하여 나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세상과 타협하여 나를 죽이고 싶진 않다...


누군가를 만나려는 시도를 해보려니.. 나의 현 감정 상태.. 그 감정 상태의 현주소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필자의 현재 감정 현주소를 나무에 비교하자면 거의 ‘바싹 메마른 고목나무’ 수준이 아닌가 싶다.


메말라서 뿌리까지 썩지 않은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ㅎㅎ 아시겠지만.. 마른나무는 살짝 자극만 주어도 잘 으스러지고.. 불을 지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재가 되어 버립니다.


연애라는 것도 남자를 만나야지 이뤄지는 거고 연애도 시작하려면 사랑을 할 수 있는 감정의 상태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시작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어느덧 사람을 만나는데도 노력하지 않으면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나이가 되어버렸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필자의 사견입니다.


보통 요새를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필자의 세대쯤은 대략 평균 수명이 120세쯤 되지 않을까 싶다. 120세는 정말 앞으로도 까마득한 나이이다. 필자가 대략 40살이라고 쳐도 앞으로 살아갈 날이 너무 많이 남았다.


아무리 내가 혼자인걸 즐긴다지만 그 시간까지 혼자서 산다면 너무 고독할 것 같다. 이렇게 살기 좋은 시대에 앞으로의 삶들은 나 혼자 살아가기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건강하게 둘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필자는 앞으로도 결혼을 할지 안 할지는 모릅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연애는 하렵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 혼자가 아닌 둘이서.. 좀 더 다양하고 풍성한 감정을 함께 배우고 공유하며 더 성숙한 어른이 돼 보고려합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하세요.


기회가 많을 때는 이게 왜 그렇게 어렵냐는 생각을 하실 수 있겠지만 어느덧 세월이 가고 감정이 메말라 버리면 누군가를 만나는 거 자체에도 용기가 많이 필요합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꽃피는 춘삼월에 소개팅을 한다는 Y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