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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Mar 28. 2023

너 평생 후회할 거야!

‘폐점하게 된 나의 첫 독립 매장’


‘분위기에 취하고 감성에 취했던 나의 매장’


필자는 14년째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글은 나의 첫 독립 매장을 폐점 정리 하러 가는 길에 남기는 글이다.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그런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하다. 너무 함부로 버려버린 매장에 미안하고.. 이렇게 정리하게 되어서 지금은 너무나도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제는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2021년 겨울 필자는 첫 독립 매장을 을지로에 운영하게 되었다. 정말 분위기는 요새 인기몰이 중인 ‘힙’ 그 자체의 감성 매장이었다. 남들이 다 힙하다고.. 그렇다니깐 그런 걸로..


그 동네가 내 기준의 힙은 아니었다. 필자는 깨끗하게 정돈되고 세련되게 지역 정비가 잘 된 것을 좋아한다.


나의 기준에 맞지는 않았지만 대세라니깐.. 그냥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려고 했다.


좁디좁은 골목 사이로 철물점집, 페인트 가게, 볼트 집등이 즐비하게 널려있는데..


그런 가게들 옆에 위치한 식당.. 먼지가 폴폴 날아다니는데 그런 곳에 앉아서 셀프 테이블 걸레질을 해가며.. 먼지구더기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도 감성이라고 말하고..


낡아 빠진 시멘트 계단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사진을 찍으면서도 감성이라고 말하고..


닫힌 철물점 가게 앞에서 Y2K 스타일 옷을 입고 사진과 영상을 찍고.. 유튜브와 인스타에 영상을 올리면서 레트로 패션이라며 감성 성지라 일컫고..


원래 멀리서 보면 다 그럴싸해 보인다.. 인스타에 모든 사람이 행복해 보이는 것과 동일하달까?


그래.. 힙하다니깐..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게 힙한 건가 보다. 마음속으로 참 많은 괴리감을 느꼈지만 그러려니 했다.


어디 좋은 데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처럼..ㅎ 다들 왜 그러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아니면 내가 늙어서 유행을 따르지 못하는 걸 지도..


코로나 여파로 권리금도 다 사라진 이때 작게나마 한번 시작해 보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던 매장이었다.


그게 실수였을까.. 내켜하지 않으면서 시작한 게..


그동안 필자가 운영해 왔던 매장들은 강남, 잠실 등 누구나 다 알법한 번화가였으며 고정 인원과 유동 인원이 많은 지역이었기에 한 번도 사람이 없는 시간대가 있어 본 적이 없다.


거기에 익숙해진 탓일까..


아직 상권이 덜 활성화가 된 탓이었을까? 평일에는 개미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가는 날들도 많았으며 매출이 0원이던 날들도 많았다.


현재는 도시 재생 사업으로 노후된 건물들을 부시고 오피스텔이 올라가고.. 아파트가 올라가고.. 호텔이 올라가고 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게 아니고 내가 한참 우울 할 때도 공사 중이어서 앞으로는 더 좋아질 일뿐이라 생각하긴 했었다.


그래도 나는 당장 하루하루가 시급해서.. 몇 년 후 미래만 기다리며 희망만 갖고서 살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안 좋은 일 꼬리를 물고 온다고.. 본가 집에 안 좋은 일들이 가득한 상태였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잠들면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처음 3개월은 그래, 비성수기니깐.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나름 최선을 다해서 매장을 가꾸어 나갔다.


4월 성수기가 찾아왔고 하늘은 맑고 투명했다.


‘필자가 운영하던 매장 인근 풍경‘


투명한 하늘과 대비되게 나의 마음속에서는 잔혹동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성수기기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매장은 아주 큰 차이가 없었다. 매출이 0이던 날이 많았던 게 0인 날들이 많지는 않았다는 것과 주 7일 중에 주말 단 하루 토요일에는 매출이 나오긴 했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게..


어느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참을성이 없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득만 쫓는다. 매장을 시작하고 그 매장을 길들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년이다. 상권이 활성화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이곳은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는 잘 될 일만 남았다.


무슨 뜻인지 몰라서가 아니다. 나도 앞으로 이곳이 잘 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나는 남들이 다 선호한다는 양면이 유리창인 자리가 아니던가??


하지만 나는 생계형 사장이었고 수개월을.. 거의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십원 하나 남는 게 없는 상태였다. 매장 매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장 관리와 상품적인 것들로 지출이 훨씬 많은 상태였다. 여유가 아주 많은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하는 일 특성상 계절을 탔고 그때마다 상품 변경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으로 몇 개월만 더 가면.. 조금 보태서 나는 조만간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디로 직원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면 손님이 있든지 말든지 월급이 나오니 그들은 손님이 있던 없던 상관이 없을 것이며 이런 상황이 오히려 몸이 편해서 좋았을지도 모른다.


내 인건비도 나오지 않았기에.. 사람을 쓸 수도 없었고 나 혼자 아무도 오지 않는 매장을 지키고 있는 날들이 많았다. 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했다.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병들어 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내게 복에 겨워서 꼴값을 떤다고 하실 수도 있다. 대부분이 그런 반응이었고.. 그들은 나의 구제적인 상황까지는 알지 못했을 테니깐.. 그렇다고 내가 내 입으로 난 상황이 이렇게 좋지 못하다고 말을 하고 다니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는 일이었다.


필자를 외향, 내향으로 나눈다면 MBTI에서 외향 E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모르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잘 지내고 에너지가 넘치는 편이다.


그렇지만 그렇다 하여서 마음 한구석 까지도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일 뿐..


내 안에 어린아이가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병이 들어가고 있던 나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점점 수렁에 빠지고 미소가 사라진 지는 오래였다. 만사가 귀찮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깊은 수면에 빠졌다.


하루에 18시간 이상을 잠을 잤다. 점점 깊은 수면에 빠졌던 나는 당연히 매장에 나가지 않게 되었고 하루, 이틀, 일주일.. 그렇게 한 달, 두 달.. 반년 정도 매장을 닫았다.


매장을 닫는다고 월세가 안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월세만 내고 매장 문을 닫는 게 오히려 나에게는 리스크가 적은 선택이었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 나의 첫 독립 매장을 버렸다.



멘탈이 조금은 회복된 지금은 어떻게 이렇게 경솔할 수가 있고 멍청할 수가 있었을까?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는 필자인데.. 후회 연속인 삶을 늘 선택한다.


어떤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김연아 선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무슨 생각하면서 (스트레칭을) 하세요?‘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


그래 그냥.. 그렇게 그냥 하면 되는 거지. 나는 뭘 그렇게 따지고 쟀을까.. 그렇게 나는 또 후회의 연속이다.


시간은 그렇게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계약은 2년. 곧 만기인 상태였고..

나는 더 이상 연장을 하지 않고 임자가 있을 때 가게를 내놓을 계획을 세웠다.


힘들었던 생각들로 가득했던 곳이기에 더 이상 거기에서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더라..


어찌어찌 임자가 나왔고 커피숍을 할 계획이란다. 나는 버티며 그곳에 있었지만 새로 하시는 분들은 ‘즐기며 일하시길’. 파이팅입니다.


네 앞날이나 생각해!! 누가 누구를 응원하니! 넌 거의 반백수야..


나도 파이팅...


갖 심은 나무는 비, 바람을 맞으면 2가지의 운명이 결정된다. 얕게 심어져 나무 전체가 뽑히기도 하고.. 비, 바람을 맞고서 더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 100년, 200년.. 넘는 역사가 되기도 한다.


나의 나무는 뽑히다 못해.. 여기저기 다 부러져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어쩌면 회생 불능이 불가능할지도 모를 상태가 되었다.


갑자기 ‘사대가 안 맞다’라는 말이 문득 생각이 났다. 나의 2021년, 2022년은 무얼 해도 안 됐고 이곳과 나는 사대가 안 맞았고.. 내가 삼재여서 땜을 하고 지나갔다고 생각해야지.. 큰돈 날리고 인생 교육 처절하게 했다..


이렇게라도 생각 안 하면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서 나를 부숴버리고 싶을 것 같다..


안녕..

나의 첫 독립 매장아.

최선을 다해보지도 않고 널 버려서..

너한테는 내가 진짜 정말 못할 짓 했다..

미안하다..


‘힙하다던 을지로.. ’ 나의 첫 독립 매장.


정말 안녕..



너 지금 이렇게 방구석에서 이불킥 하고 있는 거.. 평생 후회할 거야!


나는 뒤늦은 후회들의 결과로. 청춘을 낭비한 죄를 처절하게 받고 있다..


‘포기는 김치 셀 때나 쓰는 말‘


이 나이에도 이런 말을 되새기고 있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겼다면.. 저처럼 바보 같이 굴지 말고.. ‘버티지 말고 그 상황을 즐기세요.’ 당장 몇 개월 후에도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너무 구체적이라 제가 누군지 아실 수도 있겠네요. 그렇더라도 좋지도 않은 얘기.. 그냥 모른 체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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