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루다 Mar 24. 2023

소풍 가는 날이면 우울하던 아이

‘나만 알던 나의 슬펐던 소풍 이야기’



“소풍 가는 날 엄마가 얘기해 놨으니깐 친구네 엄마한테 가서 김밥 받아서 가면 돼”


나의 어릴 적 소풍은 늘 이웃집에 살던 친구네 엄마의 김밥 도시락과 함께였다. 나의 부친은 병원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장기동안 입원을 한 동생의 병원비와 남은 자식들을 부양해야 했고 나의 모친은 가정을 돌보면 어린 자식과 함께 하는 입원 생활로 이미 너무 지쳐있었다. 그리고 내게 남은 가족은 나의 언니뿐인데... 두 살 터울로 그녀 또한 갖 초등학교를 입학한 아직 어린아이 일 뿐이었다. 내가 소풍을 간다고 해서 도시락을 싸줄 수 있는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유일하게 도시락을 싸줄 수 있던 성인 어른은 이웃집 친구 엄마뿐이었다.



“나는 김밥 못 남겨. 엄마가 설거지할 때 도시락 통 보게 되잖아!”


먹고 싶지 않은 야채, 먹고 싶지 않은 과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시락을 꾹 참고 다 먹어야 했다. 지금에 생각하면 쓰레기통에 버리는 방법이나 주변에 나눠주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어린아이의 특유의 순수함 때문이었는지 생각이 미처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던 나는 꾹 참고 꾸역꾸역 도시락을 먹어야 했다. 돌아가서 만나게 될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나는 친구 엄마가 싸준 김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락을 다 비워야 했다. 어린 생각에 나의 모친을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건 나만 아는 지금도 아무도 모르는 조금은 슬픈고 그런 어릴 적 소풍 이야기이다.


“엄마! 나는 가끔 김밥을 볼 때면 어떤 이야기가 생각이 나. 누구도 잘못한 사람은 없지만 슬픈 사람은 있는 그런 이야기야. “


나는 사랑을 구걸하는 아이였다. 특별히 나의 부모가 나를 싫어해서 아끼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첫 자식이 아니기 때문 관심이 덜했고 아픈 동생이 있었기 때문에 어리광을 부릴 수 없었다.


유년 시절을 떠올려 보면 행복한 기억도 있지만 어릴 적 대부분의 기억들은 부모에게 관심을 받고자 애썼던 기억들이 대부분이다.


성인이 된 나는 지금도 온전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온전한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누군가를 온전하게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 되었다.


엄마, 아빠! 사실 이건 앞으로도 평생 내가 얘기 못 할 비밀인데... 가끔 나는 사무치도록 너무 외로웠어.



사랑한다는 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안심시켜 주세요.


바쁘더라도 잊지 말고 사랑하는 아이를 온전히 꽉 안아주세요.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온전한 사랑을 주세요. 누군가를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시댁에 고통받은 며느리의 한은 평생 갑니다 2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