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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에 홀리다 Dec 06. 2018

미국의 주립공원, 유타 코다크롬 베이슨 주립공원

공원 가는 길

▲굴뚝바위(Chimney Rock); 코다크롬 베이슨 주립공원


겨울 왕국의 경계를 넘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사방에서 나풀거리던 하얀 나비들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속살을 드러내고,

하얀 구름은 담담히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유타 14번 도로를 벗어나 한참을 가노라면 89번 도로를 거쳐 경치가 좋기로 이름난 12번 도로를 만난다. 이 길은 전에 '아름다운 길'에서 말한 '내셔널 시닉 바이 웨이(National Senic Byway)'로 지정된 길이다. 모두 120 마일쯤을 가는 동안 수많은 관광 명소를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숨겨진 명소가 많이 자리 잡고 있다. 레드 캐니언,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 코다크롬 베이슨 주립공원, 글랜 캐니언 국립 휴양지를 거쳐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과 만나는 곳에서 끝난다.

▲ 레드 캐니언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에 갈 곳은 그동안 몇 번인가 가려던 코다크롬 베이슨 주립공원(Kodachrom Basin State Park)이다. 레드 캐니언과 브라이스 캐니언을 지나 캐논 빌(Cannonville)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코다크롬 베이슨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을 만나게 된다. 레드 캐니언과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은 몇 번 다녀갔으므로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12번을 따라가다 보면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과 붙어있기는 하지만, 입장료 없이 브라이스를 구경해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모시 케이브(Mossy Cave)라는 곳이다. 도로 한옆에 십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짧은 거리를 걸어서 브라이스 캐니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위 모양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국립공원 안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계곡물을 이곳에서 볼 수 있는데, 물이 너무 맑아 얼핏 보면 물이 흐르는지 조차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 여기저기 걸어다니려면 아무래도 한 시간은 걸린다.


공원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좁기는 하지만,

이곳만이 지닌 또 다른 맛이 있으니 혹시 지나는 길이 있으면 한번 들려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짧지만 이곳저곳 걸어서 오를 수 있는 길이 나있고,

특히 계곡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으므로 천천히 걸으며 경치를 감상해도 좋겠다.

▲ 이곳의 바위 모양은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시 케이브를 빠져나와 약 30여 분을 더 가면 코다크롬 슨 주립공원 입구가 나온다. 길은 포장이 되어있어서 공원까지 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중앙선이 없는 좁은 길이므로 아무래도 조심운전은 필요하다.


모시 케이브에 있을 때 보다 구름이 더 많아지고 짙어져 비가 내릴 것만 같아 좀 불안하다. 오늘은 공원에 들러 살펴본 다음 이어서 공원 앞으로 난 코튼우드 캐니언 길(Cottonwood  Canyon Rd)을 따라가면서 유람하다 차를 댈만한 괜찮은 곳이 있으면 하룻밤 묵고 갈 작정이다. 이 길은 비포장 도로이기는 하지만, 상태가 괜찮은 편이라서 차량 높이가 낮아도 별 무리 없이 갈 수 있다. 그러나 비나 눈이 오면 진흙탕으로 바뀌기 때문에 사륜구동으로도 지나기 힘들다.

▲ 코다크롬 공원으로 가는 길


공원에는 안내소가 따로 없고 매표소에서 입장료 8불을 내면 안내문과 지도를 준다. 미국은 주마다 공원 입장료가 다 다르며, 때로는 지역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공원 안에는 야영장이 두 개 있다.  RV에 물과 전기를 쓸 수 있고, 덤프 스테이션도 마련되어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이용하면 된다.  

▲ 공원 입구


공원은 그리 넓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른 곳과는 달리 전망대는 그리 많지 않다. 대체로 차를 대고 조금씩 걸어야 경치를 볼 수 있고, 일부는 단단히 준비해서 들어가야 하는 곳도 있다. 널찍한 벌판 위에 솟아있는 바위들은 주로 붉은 황토 빛깔과 회백색이 섞여있다.

▲ 멀리서 본 공원의 모습


이 공원은 유타의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바위 모양을 볼 수 있다. 바로 몽둥이처럼 생긴 바위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얗기도 하고, 어떤 것은 붉기도 한데, 우뚝 솟아있으면서 뾰족하고 가늘다. 앞에서 소개한 브라이스의 바위들만 봐도 모양이 이곳과는 많이 다르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과는 불과 30여분 거리인데도 말이다.


바람이 거세다.

고지대에서 머물던 구름이 내려와서 그런지 하늘은 시나브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잠시 차를 세우고 겨우 점심을 해결하고 나니,

구름 사이로 햇살이 삐져나와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 코다크롬의 특이한 바위들


아주 짧은 동안 거센 바람에 떠밀리던 구름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구름은 신묘하다. 거의 매일 보는 구름이지만 한 번도 같은 모습을 적이 없다. 거기에 다양한 빛깔, 시시각각 바뀌는 모양과 빛깔은 현란하기까지 하다. 그러고 보면 구름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연은 아닌 것이 틀림없다.

▲ 구름이 연출하는 무대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코튼 우드 캐니언으로 들어가야 하므로 서둘러 공원을 나섰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사방에 불빛이 없기 때문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주변을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저 멀리 하늘이 심상치 않다. 먹구름을 넘어서 비구름으로 바뀐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비가 오기 시작하면 이길로 가는 것을 중단하고 되돌아와야 하므로 좀 더 날카롭게 구름을 살피기 시작했다.


한 두어 마일쯤을 가는데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망설일 수밖에 없다. 지난번 화이트 포켓에 갔을 때 모래에 빠져 비싼 대가를 치르고 빠져나왔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여행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는 추억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에피소드를 넘어 위험에 처할 있게도 한다. 그러므로 상황은 아주 예민하게 판단해야 필요가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위험에 빠뜨릴 있기 때문이다.

▲ 위험하기는 해도 풍경은 멋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되돌아 나오니 어느덧 하늘이 옷을 갈아입는다. 부리나케 되돌을 때와는 달리 구름이 예쁘고 아름답게만 보인다. 세상의 많은 일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리 보이듯 풍경도 또한 그렇다. 일이 틀어졌으니 그다음 일이 걱정이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잠자리부터 찾아야겠다.

▲ 하늘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는 듯하다.










다음 글은 '르 페브르의 추억-리스 페리 사적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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