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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에 홀리다 Jan 05. 2020

1월 캘리포니아

남해안 식물원(South Coast Botanic Garnen)

2020년 새해 첫 토요일을 맞았다.

지난해 가을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새해 첫날에도 일을 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제야 바쁜 일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다음 주부터는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싶지만, 지난해 연말과 새해를 맞으며 정리도 계획도 세우지 못한 터라 이제야 정산도 하고 새해 계획도 세워야 할 판이다. 어쨌거나 오랜만에 토요일에 쉴 수 있게 되어 멀리는 못가도 가까이에 있는 식물원에서 따뜻한 햇살을 쬘 수 있었다.

한낮엔 조금 덥기까지 했던 햇살이 너무 따스했다.


북태평양과 맞닿아있는 캘리포니아는 여름에는 무덥고 건조하며, 겨울에는 따뜻하고 습도가 높은 지중해성 기후를 나타내는 곳이다. 겨울이나 돼야 비가 오거나 고산지역에는 눈이 내리게 되어 겨울에도 평균기온이 섭씨 영상 10도 언저리에 머무는 따뜻한 날씨기 때문에 계절 변화가 뚜렷한 지역의 겨울과는 많이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런 기후특성 때문에 식물원에서도 겨울용 온실이 있거나 하지는 않으며 대부분의 식물들이 노지에 심겨 관리되고 있다.

이제 단풍이 든 나무도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는 1월에 단풍이 드는 나무가 많다.


오늘 다녀온 남해안 식물원*에 대해서는 전에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기 때문에 자세한 소개는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한 가지 추가하고 싶은 내용은 이곳의 입장료가 한 사람 앞에 7달러인데, 연 회비가 65달러다. 그런데 연간 회원권을 끊으면 2명까지는 입장이 가능하므로 식물원을 대여섯 번만 가면 연회비는 상계되고, 그 이후부터는 무료입장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연간회원권을 끊는 것이 좀 더 이익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게다가 이 회원권 하나면 로스앤젤레스 근방에 있는 식물원 대부분 입장이 가능하므로 어쩌다 한 번이라도 식물원을 가려는 사람은 회원권을 끊어놓는 편이 낫다.


지난 몇 주 동안 쌀쌀한 날씨를 보이다 이번 주 들어서면서 좀 풀리더니 오늘은 완전히 봄날처럼 햇살이 따스하다. 한낮에는 20도까지 올라 조금 덥다는 느낌도 들만큼 나들이 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이다. 해가 중천에 오를 즈음 식물원에 도착했다. 모처럼 날이 따스해선지 많은 이들이 들어와 산책을 하든지 잔디밭에 앉아 피크닉을 하든지 식물원 한편에 모여 요가를 하고들 있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평온한 풍경에 마음이 따스해져 온다.

왼쪽 사진은 장미정원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나무들이 우거진 산책로다.


이제 막 날이 풀려서 그런지 식물들은 아직 봄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 남부 캘리포니아는 1월이면 봄에 접어든다. 기온은 차츰 올라가고 몇 차례 내리는 비로 땅은 촉촉해진다. 바람에 날리고 비에 쓸려 헤매던 갖은 씨앗들은 이때다 싶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아직 꽃이 필 시기는 되질 않은 모양이다. 몇몇 식물이 꽃을 피우기는 했어도 식물원을 가득 채우고 있는 식물들은 여전히 푸른 잎만 가득한 채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싹을 틔우기 시작한 새싹들이 대견하다. 꽃을 피운 녀석들도 있지만, 대체로 이제 막 기지개를 켠 건 같다.


단골 식물원이라서 그럴까?

산책을 하면서 길섶 식물들을 스칠 때마다 이 녀석은 노랑꽃을 피웠고, 저 녀석은 보랏빛에 은은한 향을 풍겼지... 슬금슬금 머릿속에 떠올라 비록 꽃을 피우지는 않았지만, 식물원 가득 꽃이 가득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오랜만에 맛보는 따스한 볕을 받으며 거니는 한가로운 산책이 마음에 평화를 주고 상상력을 높이지 않았을까 싶다. 선명하게 다가올 봄이 기다려진다.

이 식물들은 이른 봄에 꽃을 피웠다.





*남해안 식물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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