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생각지 못한 게 있어. 나는 공포영화도 못 보는 겁쟁이거든... 일반적인 연극은 무대에서 조금 떨어진 객석에서 편안하게 무대를 바라보고 있으면 되잖아. 하지만 이머시브 연극은 나도 무대 위에 올라가있어야 해. 슬립노모어는 분위기가 아주 음산해. 무대가 되는 건물도 어두컴컴하고. 이야기가 절정에 가까워지자 배우의 손엔 피가 흥건해졌고, 음산함은 공포로 바뀌었어. 나는 당장 무대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는데 미로처럼 복잡해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한참을 헤맸어. 스태프들에게 길을 물어 겨우 탈출하고 나니 땀과 눈물로 가면 아래가 축축했어.(관객들은 배우와 구분되기 위해 모두 가면을 쓰고 있어야 해)
슬립노모어가 내년엔 서울에서도 공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들었어. 공포영화 좋아하는 너에겐 슬립노모어가 재밌을 지도 모르겠다. 혹시 보러 가게 된다면 계단을 여러 번 뛰어다녀야 하니까 얇은 옷차림과 편안한 신발을 추천할게. 물론 나는... 한 번으로 충분했던 것 같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