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잠에서 깼는데, 문득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며칠 후, 그를 떠났어.
그를 사랑했었을 땐 내 기분이 그의 것인 것만 같았어. 그의 행동 하나에 행복해지고 그의 말 한마디에 불행해졌었어. 그러다 점점 불행한 순간들이 더 많아졌고, 지쳤고, 임계점을 지나자 더 이상 내 기분은 그의 말과 행동에 영향받지 않았어. 그리고 그날 아침 내 옆자리에 그가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았고, 사랑이 끝났다는 걸 깨닫게 됐던 거야.
요즘은 연애보단 일에 집중하고 있어. 그래서 기분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보통 일 때문이야. 사랑이 연연하게 만드는 거라면, 요즘 내 사랑은 일인 것 같아.
지난주엔 일 때문에 좀 힘들었어. 가능하면 오랫동안 하고 있는 일과 회사를 사랑하고 싶지만 어쩌면 또 지난번처럼 끝이 올지도 몰라.
그런 날이 오면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날 거야. 사랑하는 것들로 나의 인생을 채우고 싶으니까. 물론 생계가 달렸으니 쉽지 않겠지. 틈틈이 레쥬메를 업데이트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야겠어.
사랑하지 않는 연인의 곁에 억지로 머무는 것만큼, 더 이상 열정이 생기지 않는 일에 매여 있는 것도 끔찍할 거야. 사랑한다면 머물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떠날 수 있게. 나는 준비돼 있어야겠어.
2022.11.13.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