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26
Seyðisfjörður_세이디스피오르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 월터가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것으로 시작해 폭발하는 화산 때문에 급히 돌아가는 장면까지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언덕 아래의 가가호호 알록달록 지붕을 보며 구불구불 93번 도로를 내려간다.
마을 한가운데에 넓은 주차장 한 곳에 주차를 한다. 교회 앞 주차장이었다. 카메라를 챙겨 차 문을 닫고 밖으로 나설 때, 교회 밖으로 나오는 조문객들의 긴 행렬과 마주했다. 이별을 위해 저마다 옷장 속에서 가장 감정을 누르고 덮을 수 있는 색깔의 옷을 꺼내 입은 사람들. 그들의 드레스코드를 보고 단번에 장례식임을 알 수 있었다.
평일 오전, 큰 도시와는 많이 떨어진 마을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오늘 장례의 주인공은 생전에 섬 전역을 누비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들과의 인연을 항상 소중히 여기며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불청객 여행자 2명은 카메라를 감추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비켜서있다 군중을 지나 보냈다
늘 마시는 공기마저 이 곳에서는 새로운 감각으로 느껴지기 때문일까. 누군가가 이 곳에서 살다 죽는다라는 사실이 이방인들에게는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던 비밀처럼 다가온다.
다시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는 이 곳을 셔터를 쉴 틈 없이 눌러야 하는 매력적인 장소로 인식하며 바위에 낀 이끼만 봐도 환호성을 지르지만,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새롭지 않아 감흥도 없을 지극히 일상이다.
그런 관점으로 마을 곳곳을 산책하며 둘러보니 보이는 것이 많다. 골목 어귀부터 시작해 교회 앞까지 바닥을 수놓은 무지개 거리, 형형 색색으로 꾸민 집의 지붕과 벽의 색들, 낮은 채도의 풍경 속에서 금방 눈에 들어오는 튀는 색깔들이 단조로운 삶 속 무언의 시위처럼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집들이 운집한 쪽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면 항구가 있다. 마침 곧 덴마크로 출발을 앞둔 페리가 바다에 떠있다. 매일 유럽으로 떠나는 연락선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 세이디스피오르드 마을 사람들이 벗어나고 싶은 것으로부터의 몸부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식당이 몇 개 없어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거기에다가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되었던 적이 있었던 초밥집도 문을 닫았다. 바로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우리도 여행 동안 맛과 영양이 단순했던 인스턴트 식단으로부터 벗어나 변화를 줄 생각이다. 참 아프게도 큰 변화에는 출혈도 크다. 하지만 이 것은 우리의 생의 의지, 스테이크와 수제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