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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니 Oct 13. 2020

약방 호은당의 뒷이야기

<에피소드 9-가위에 눌리는 여자> 해설



<에피소드 9-가위에 눌리는 여자.>


※향유차


 향기가 좋아 곤충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밀원 식물이다. 더운 여름철을 잘 보낸 후 걸리는 감기나 두통에 잘 들어서 여름의 요약으로 불린다. 꽃이 달린 원줄기와 잎을 말려서 차처럼 마시면 열병을 없애고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다. 환절기 감기에 좋은 야초는 꽃향유 외에 쑥부쟁이가 있다. 치통과 진통에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말로는 노야기라 하고 약재명은 향유, 혹은 향여라고 부른다. 본초서에 기록되길, 향여의 맛은 맵고 상서를 시료하고 곽란, 변삽, 종기, 번을 가시게 한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향유를 집집마다 심어 기르고 여름에는 채소로도 먹는데, 향여라는 이름은 그것을 겉절이로 먹을 수 있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 기록하였다. 향유차는 뜨거운 상태일 때보다 차갑게 마시는 편이 좋은데, 체질에 따라 뜨거운 향유차를 마실 경우 자극성 있는 구역, 구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경기 이남과 제주 지역에 자생하며 산과 들의 반음지에서 잘 자란다. 9~10월에 꽃이 피며 수확은 꽃이 피었을 때 한다. 감기몸살, 열사병, 치통, 진통 등에 효험이 좋은데 중불로 오래 달이거나 가루를 내어 복용한다. 외상에는 달인 물로 씻거나 생잎을 짓이겨 붙인다.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독성은 없으나 치유가 되는 대로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별리산(別離散)


 꿈에 귀물이 나타나 몸이 쇠약해질 경우 사용하는 분말 묘약. 이 묘약을 사용하면 꿈이 몽마나 귀물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름에서처럼 더 이상 요사스러운 존재들과 만나지 못하도록 이별하게 해주는 약이다.

 백출, 천웅, 부자, 육계(계수나무 껍질), 건강(말린 생강), 천근, 상기생, 세신, 창포, 인우엽 등을 모두 가루 낸 뒤 두 돈씩 소분하여 보관하며, 가루 그대로 물에 타서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몸에 열이 많은 이는 천웅, 부자. 건강, 육계 대신에 지모, 황백, 당귀, 지황을 넣어 제작한다.


※용뇌향


 용뇌수(龍惱樹)의 수액을 굳혀서 만든 결정을 말한다. 용뇌향은 향이 뛰어나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약의 재료로 많이 쓰였다. 기운이 허하거나 헛것이 보일 때, 혹은 악몽을 꾸거나 가위에 눌릴 때에도 용뇌향이 들어간 약을 처방하였다. 이는 용뇌향에 정기를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잡아주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 향에는 벌레나 독충이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고, 귀신, 사악한 기운이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는 효험도 있다. 묘약을 제조할 때에는 안식향과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더 극대화되는 것으로 추측한다.

 다만 조선 중기 법학서 [증수무원록]에는 용뇌를 따뜻한 술과 함께 먹으면 즉사하는데 일곱 구멍에서 피를 흘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용뇌향과 식물인 용뇌수는 우리나라에는 거의 자생하지 않고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일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자생하며, 크게는 50m까지 자라는 거목이다. 잎은 크지 않지만 두꺼운 편이며 꽃은 흰색이다. 수액을 받아 굳혀 정제하여 사용한다.


※매실차


 매화나무 열매의 가루에 꿀을 섞어 물에 타 먹는 것을 말한다. 조선 후기의 [규합총서]에는 오매육(덜 익은 매실의 과육을 벗기고 핵을 제거한 뒤 연기에 건조시킨 것)을 갈로 만든다. 꿀을 졸여 매실 가루를 섞는다. 그것을 사향에 담갔다가 여름에 물에 타 먹으면 제호탕을 대신하여 갈증을 풀어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오매를 이용하는 방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과정이 까다로워 주로 사용되지 않고, 요즘에는 잘 익은 청매와 설탕으로 청을 담아 이용한다. 청매를 깨끗이 씻고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다음, 소독이 된 깨끗한 유리병이 매실 한 층, 설탕 한 증을 번갈아 담고 완전히 밀봉하여 즙이 나올 때까지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서 보관한다. 즙이 나오면 과육은 건져내고 즙만 숙성시킨다. 물을 뜨겁게 끓여 타서 먹는다.

 청매와 설탕을 이용해 즙을 낸 것을 매실청이라 부르며, 시중에 섭취하기 쉬운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또한 가정에서 직접 청을 담기도 하는데, 방법이 어렵지 않아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매실청은 살균 작용이 뛰어나, 원인 모를 복통이 있을 때나 세균성 식중독이 의심스러울 때 따뜻한 물에 타서 복용하면 매우 효과가 좋은 가정상비약이다 감기, 두통, 설사, 복통, 세균성 식중독 등에 효과가 좋다.

 매실은 폐의 기운을 수렴하여 기침을 멎게 하고 회충을 진정시키며 장의 수분을 흡수하여 설사를 멈추게 한다. 진액을 생성하며 부스럼을 치료하고 지혈하는 효능이 있다. 만성 해수, 인후부의 종통, 진액이 손상되고 입이 마르는 증상, 설사, 이질, 위장염 등에 응용할 수 있다. 

 매실의 씨앗에는 유독물질인 아미그달린이 함유되어 있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매실을 한 번에 많이 먹거나 오랫동안 복용하면 좋지 않다. 치유가 끝나면 복용을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




 이세연은 연화 선녀의 도움으로 무사히 괴령을 떼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정우 씨는 잘 해결됐으니 충분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기심이라는 것이 때로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만물에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것은 좋은 행동이지만, 그것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며 정우 씨는 한숨을 쉬었다. 정우 씨는 목소리를 낮추더니, 우리에게 호기심을 너무 많이 가지지 마세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하고 덧붙였다. 작가의 눈동자가 도르르 굴러가는 것을 본 정우 씨는 낄낄 웃더니 저녁 먹고 가라며 붙잡았다.

 마음이 약해지면 귀물이 온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 마음이 단단하고 빛이 샐 틈 없이 견고하면 귀물도, 잡병도 얼씬하지 못한다고 했다. 은미 씨는 같은 감기라 할지라도 환자의 마음, 즉 의지가 어떠하냐에 따라 처방하는 약이 다르다고 했다. 물론 체질이나 증상에 따르긴 하지만, 치료와 회복에 대한 의지가 강한 사람에게는 약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약 없이 어떻게 낫느냐 물었다. 은미 씨는 빙긋 웃었다.


 “약이 왜 없습니까?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쓰는 그 모든 것들이 약인 것을요. 우리가 하는 말, 생각, 행동이 모두 약입니다. 감기 하나에도 수백 가지 약을 써야 낫는 사람이 있는 반면, 수백 가지 약을 써도 모자랄 병자가 별다른 약을 쓰지 않고도 완치될 수 있지요. 들어보셨을 겁니다. 암 환자였는데, 그 독한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산으로 들어가 자연과 함께 살면서 완치되었다는 그런 기적 같은 이야기들 말입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많다. 간암 말기였던 사람이 산속으로 들어가 산야초를 먹고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다 보니 매끈하게 나았다, 암이 온몸에 퍼져서 죽을 때까지 그냥 자유롭게 살겠다는 마음에 귀농했는데 어느샌가 말끔해졌다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기적이라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작가가 고개를 끄덕이니 은미 씨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그것입니다. 약은 보조제일뿐입니다. 마음을 얼마나 곧게 가지느냐. 얼마나 깨끗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느냐. 얼마나 바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느냐.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 그것만큼 좋은 약은 없습니다. 의술의 힘, 약의 힘을 빌리면 치유도 빠르고 회복도 빠르지요. 더디지만 가장 인간답게, 가장 자연스럽게, 자연 속에서 건강을 회복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러니, 작가님도 마음 수양부터 하십시오. 마음이 곧고 평온해야 글도 평온하고 매끄러운 법입니다. 마음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고, 그래야 감기가 낫습니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리는데 콧물 질질 흘리고 있지 마시고요. 훌쩍거리지 마세요. 더럽습니다. 가시는 길에 약을 드릴 테니 가지고 가십시오. 글 쓴답시고 앉아있으니 몸이 약해지지요. 규칙적인 생활, 일정량의 운동, 균형 잡힌 식사가 병을 이기는 기본자세입니다. 이길 수 있다는 강한 마음은 당연히 가져야 하고요. 이리 비실비실해서 원. 이래 가지고는 우리 이야기 다 쓰기도 전에 병사하겠습니다. 덩치는 불곰만 한 사람이 이리 허약해서 어디 씁니까? 호은당 마당도 못 쓸겠네요. 보고 있으니 가엽습니다. 아, 휴지 저기 있잖아! 콧물 좀 그만 마시고 그냥 풀라고! 더러워서 인터뷰 더 못하겠네! 아오! 진짜!”


 아니, 그... 감기가 아니라 냉방병인데... 병원 가서 약 처방도 받았고 약도 잘 먹고 있는데요... 그리고 불곰이라니. 너무하시네.


 “... 작가님, 매실차 한 잔 드릴 테니 나오세요.”


 작가는 시무룩하게 일어나 정우 씨를 따라 나왔다. 정우 씨는 내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위로했다. 정우 씨는 향이 독특한 차를 내주었다. 매실차라고 하기엔 너무 거무튀튀했는데, 맛도 오묘했다.


 “오매라고, 덜 익은 매실을 과육만 발라내서 짚불에 그을려서 만든 게 있는데, 그걸 가루 낸 다음 꿀이랑 생강즙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잘 섞으면 돼요. 그리고 간장을 쬐끔만 넣어서 간을 맞추고요. 이거 먹고 땀 쫘악 빼면서 푸욱 자고 나면, 내일 완전 가뿐하게 나을 겁니다. 어제 냉방병이 너무 심하게 들었다는 수험생에게 처방해 준 거거든요. 걔가 공부하느라 약 먹을 시간도 아깝다고, 진맥 받으러 오면서도 책을 손에 들고 있었던 애예요. 걔가 그거 먹고 어제 처음으로 6시간 잤는데, 감기 다 나았다고 아침부터 고맙다고 전화 왔었어요. 감기에는 이게 직빵입니다. 이거 조금 만들어 줄 테니까, 집에 가시거든 자기 전에 한 잔 딱 먹고 자요. 땀 뻘뻘 흘리고 나면 개운 할 겁니다.”


 시큼 달큼하고 매콤한데 간도 낭낭하게 있고... 참, 맛이 오묘했다. 그야말로 다섯 가지 맛이 다 났다. 짜고, 달고, 시고, 쓰고, 맵다. 소량이었지만 다 마시고 나니 몸에 훈훈한 열이 나고 땀이 났다. 정우 씨는 빈 잔을 치우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은미 씨도 참. 너무했지. 불곰은 너무했어. 북극곰이 낫지. 세계 최강 맹수 주제에 콜라주면 온순해지는 게 딱 작가님인데.”


 이 시발. 늬들 다음 편에서 개고생 시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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