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서 산맥까지 Ep. 5
새벽 5시 30분. 새로 산 중고 오토바이를 타고 새벽바람을 가로지르며 도착한 캐리비안해. 잔잔한 해면 위를 둥둥 떠다니면서 저 멀리 뜨는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은 자만에 부풀린 에고를 한숨 빼준다.
오후 1시. 뜨거운 태양 아래 햇빛 모자 하나 걸치고 강가로 걸어간다. 집 바로 옆 강가는 열대야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세군이다. 첨벙하며 온몸을 강에 던져 얼음물 속에 들어가 숨을 참는다. 어푸하며 물 위로 고개를 들면 이제야 살 것 같다.
저녁 8시. 자주 끊기는 전기가 고맙다. 전등이 꺼지면 한순간에 어두워진 마을을 달님, 별들, 그리고 반딧불이들이 비추어준다. 그들을 따라 강가에 맨몸으로 들어가면 그제야 밤이 내려앉는다.
식수난이나 홍수로 전 세계가 물과의 불균형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난국에서 물의 보호와 축복가 있는 이곳에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열대지방에서 오래 지내면 냉수 샤워에 익숙해진다. 해의 위치와 날씨를 보며 샤워하는 법을 배우고 도시에서 생긴 찬물에 대한 거부감도 자연스레 숙여진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온수 목욕이 그리워진다. 특히 우기가 몇 주째 지속되는 날들이면,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탕에 들어가 두 뺨이 발그스레해지면서 온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그리워진다.
그럴 때면 냇가에 간다.
냇가에는 빨래를 하러 온 원주민 여인들이 있다. 그녀들은 항상 하얀 천을 몸에 둘러 입고 바위에 걸터앉아 있으며, 그녀들 곁에는 어린 부처 같은 아이들이 앉아있다. 그녀들은 두툼한 나뭇가지를 찾아 거품을 잔뜩 문 천들을 있는 힘껏 친다. 다시 새하야진 천들을 주변 덤불 위에 펴놓으면 쨍쨍한 태양 아래 금세 빳빳해진다.
온수와 냉수 차이는 냇가 여인이 제일 잘 안다.
바닷가 마을에 사는 장점은 슬플 때마다 바다로 향할 수 있는 것이다. 잔잔한 파도, 자지러지는 바람, 따듯한 햇살, 이 모든 온화한 것이 우리의 슬픔을 아름답게 간직해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무리 황홀한 광경을 눈앞에 두고도, 우리는 우리 마음이 비춰주는 것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