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아빠는 더 이상 내가 알던 아빠가 아니게 되었다.
아빠는 건장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큰 키는 아니었지만 어린 나에게는 정말 크고 건장한 사람이었다. 그런 아빠가 점점 말라갔다. 아빠의 피부는 점점 창백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보다도 더 하얘졌다. 그렇게 건장하던 몸은 결국 뼈만 남았다.
더 이상 음식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섭취할 수 없었다.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목에 구멍을 뚫어서 액체로 된 죽을 섭취 해야 했다. 만약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면 링거를 통해 영양을 섭취해야 했다. 가래조차 혼자 해결할 수 없어 주기적으로 가래를 인위적으로 뽑아야 했다. 혼자 몸을 뒤집을 수도, 뒤척일 수도 없었다. 누군가가 아빠를 뒤척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됐다. 그게 아니라면 몸에 욕창이 생긴다고 했다. 당연히 혼자 씻을 수도 없었다. 할머니나 엄마가 휠체어로 이동시켜서 씻겨야만 했다.
... 더 이상 아빠가 나를 부르지 못했다. 아빠는 좋은 목소리를 가졌었다. 그 목소리로 나를 불러주던 순간이 정말 좋았는데, 나를 부르기는커녕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더 이상 나를 보고 웃지 못했다. 아빠는 항상 나를 바라보며 웃었는데, 웃기는커녕 나를 오래 응시하지도 못했다.
쓰러진 그날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아빠는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기적이랬다. 심장마비로 쓰러져 병원에 빨리 가지 못해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랬다.
그럼에도 아빠는 식물인간 상태셨다. 뇌의 척수까지는 다치지 않아 자가 호흡은 가능했지만, 뇌사만 간신히 면한 식물인간이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잘 울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 내가 울면 어른들이 나를 붙잡고 더 우셨다. 그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점점 눈물을 삼키는 아이가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울더라도 소리를 내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