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4
49.
구르는 바퀴가 멈추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손목에 감아두었던 염주가 끊어지는 모습이다. 바쁜 이들은 바쁘게 발을 굴리고, 혹은 느릿하게 걷는 이들도 있다. 그 아래를 관조하듯 일렬로 선 비둘기들이 구구댄다. 정신을 놓친 한 사내는 어벙하게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비둘기 틈 사이서 생각하고 있다. 그는 가끔 아이들이 큰 소리를 내며 떠들면 가서 끔찍할 정도로 소리를 지른다. 그는 지하철역 앞에서 앉아 사람들을 구경한다. 멍하고 침을 흘린다. 그와 세상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불협을 이루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회로에서 뚝하고 불티를 틔우고서는 단절이 일어났을 수 있다. 그와 나는 서로 알고 있다. 이전 동네서 그는 나의 건넛집에 살았다. 남자는 종종 내게 울음소리와 비슷하게 말을 걸어왔고, 당시 어렸던 나는 겁에 질려 떨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저 벗이 필요했던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호가 떨어지면 사람들이 뚝하니 끊기고 다시 정갈한 방향으로 차량이 달려 나간다. 다들 방향을 정해두었다. 그것을 사내가 이해하고 있을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저 해가 뜨고 날이 밝는 일이 반복되는 일과 진배없다고 여길 수 있다. 차량이 구르기 시작하자 사내는 도로가로 뛰어나가 손을 흔들며 버스를 잡는 흉내를 내었고, 기사 아저씨가 얼굴을 찌푸리며 도로를 우회할 적에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서 벤치에서 멍하니 있었다. 그의 세상은 이렇듯 무구하고도 단조로웠다.
나는 그들이 또 다른 세상에 다다라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의 우주를 빚고 그 안에서 무엇인가로 자리했을 수도 있다고.
50.
넋을 낚는다. 정신증, 그리고 그 엇비슷한 흉들이 오가고 별을 닮은 자상을 남겼다. 나는 나무처럼 우둔하다. 욕을 보고도 그 자리에 있다. 나만큼 괴상한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이다. 전과를 산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자랑삼아 떠버리고 있다. 혹은 살아가는 이야기들. 자녀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학생들을 계도하다 큰 일이 날 뻔한 할아버지와 숨이 꺽꺽 넘어가게 웃는 여자들. 작고 기운찬 갓난쟁이 아이들. 그 모든 것들이 뒤엉켜있다. 단청 빛을 닮은 이레즈미가 붙은 남자들. 값비싼 옷을 두르고 약에 취한 인간들을 본 경험담을 늘여놓는 백합 같은 여자. 그리고 그곳에서 그 모든 것들을 비둘기처럼 관조하는 내가 있다. 순간 지하철역 앞에서 본 남자가 떠오른다. 그가 본 풍경이 이렇게나 혼란스럽고 범람하고 있지나 않았을까.
나는 목석처럼 얼었다. 혹은 새처럼 말없이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그 사이서 머릿속에서 뒤엉키고 있었는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 감각의 범람과 불통(不通)이 하나의 구역질로 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