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이 알고싶다> '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를 보고
상반기 공채를 쓰며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초조하게 흘러갔던 4월의 어느 날, 휴대폰 알림으로 배 침몰 소식과 함께 이내 전원 구조라는 소식이 들어왔다. '별일 아니겠지'하고 넘겼던 뉴스였다. 그러나 얼마안가 뉴스는 최악의 오보로 바꼈고 가라앉는 세월호가 카메라 앵글에 들어왔다. 우리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드러난 민낯은 부끄럽기보단 안타깝고 쓰리다. 청와대의 보고요청과 123정장의 휴대폰에 찍힌 세월호의 모습, 예기치 못한 사고에 보고체계는 망가졌고 그렇게 골든타임은 흘러가고 있었다. 구조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전달됐던 'VIP'의 메시지는 결국 헛된 메아리에 불과했다.
어느 조직이든 상하구조와 보고체계가 꼬이면 답이 없다. 평시와 비상시에 맞춘 분명한 역할 분담도 돼야 한다. 국가 기관이라면 더욱 그래야 할텐데 그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최소한의 퇴선 방송 한번 하기가 참 어려웠다. 한 쪽에는 세월호, 청해진 해운 그리고 국정원의 커넥션이 의심되는 상황이고 반대쪽에서는 해경과 정부기관, 청와대가 엮여 있었다. 그들에겐 보고와 실상 파악이 우선이였다. 조직에서, 특히 관료들에겐 반드시 위 사항들이 중요한 절차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배는 계속 가라앉고 있었고 그 배엔 우리의 아이들과 승객들이 아무 것도 모른 채 정말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사실 그런 사고에 익숙치도 않았을 거고 상황이 그리 심각한지도 몰랐을 것이다. 무지하기에 그들은 정보가 필요했고 'VIP'도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들도 있었다. 다만 직접 눈 앞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기에 사진과 숫자로 사고를 빨리 가늠하고자 했을 것이다. 다른 조직이라고 다를까. 실제 문제에 봉착하는 실무자는 극소수일 때가 많고, 정보공유도 원활하지 않은 때가 있다. 그렇기에 상부에서는 빠른 문제파악이라는 미명하에 객관적인 자료를 찾기 쉽상이다. 문제는 그러한 보고용 자료의 작성과 보고 절차가 문제해결의 타이밍을 놓치게 하는 경우다. 때론 실무자의 빠른 판단과 의사결정이 존중돼야 할 때도 있고 상급자의 관여가 오히려 일을 망칠 때도 있다.
그래서 보고체계는 짧고 신속해야 하며 빠른 판단을 내려줄 누군가의 '책임감'이 필요하다. 책임감은 위로 갈 수록 커지는 것도 커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최소한의 상급자가 든든한 책임감을 보여주고, 실무자에게 빠른 판단을 보장하면 일이 쉽게 풀릴 때가 많다. 우리의 조직들은 아쉽게도 이런 체계가 익숙치 않다. 대부분의 조직에선 윗 사람들의 역할은 실무를 크게 벗어나다보니 어떠한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신속한 답을 제시하고 비전이나 책임감을 보여주기는 커녕, 뒤늦은 실상 파악 후 공허한 메시지만 던지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일이 두 번, 세 번 반복되고 비효율적인 절차가 싹트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무조건 '짧게, 선조치 후보고' 등을 바라는 게 아니다. 아무도 '구조가 먼저'라며 상부의 질문을 끊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며, 보고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만 것에 대한 씁쓸함이다. 지금 우리가 조직 속에서 하는 일이 어쩌면 정말 중요한 일의 '골든타임'을 뺏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세월호의 교훈은 단순히 무책임한 어른들에 대한 질책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실한 조직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 지, 모두가 책임을 외면하고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결국 조직은 무너지게 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 셈이다. 최소한 2년 전보단 나아졌을까. 언제쯤 우리 사회가 세월호의 아픔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을 지. 올해 4월 16일도 여전히 그 날처럼 비가 참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