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좋다. 별 이유는 없다. 내 생일이 있다는 것, 생명력이 요동치는 계절이라는 게 몸소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좋은 계절이다. 여름보다 더 뜨거운 일상을 보내자면 다짐한 8월이 어느 새 끝나 버렸다. 몇 번의 네트워킹 모임과 강의, 친구들과의 번개 만남, 라이브 공연까지 일상을 꽉꽉 채워 넣었다.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을 연달아 약속 잡기,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서 자기 소개하기 등 새로운 일을 많이도 벌렸다. 그 사이 몇 번의 업무 갈등과 코피로 현타가 오기도 했었지만 끝내 이 계절을 아낌없이 살아낸 느낌이다.
일상의 바쁨은 그랬던 거 같은데 내 마음마저 뜨거웠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일상을 빼곡히 채워도 계절이 변하는 것,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에는 항상 아쉬운 마음이 든다. 누군가는 무더운 날씨가 끝나고 부는 선선한 바람을 기다렸겠지만 그 바람에 괜히 마음이 시릴 때도 있으니 말이다. 여름은 누군가를 떠내 보내기 좋은 계절이었던가. 몇 차례의 이별과 헤어짐을 짧은 여름 내 겪었다.
반짝이던 눈으로 첫 인사를 건넸던 옛 직장 동료가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대와 희망은 사라진 그의 눈에 고단함만 가득해 함께 속상했다. 철마다 맛있는 밥상을 차려 주던 조이 언니가 라오스로 출국한다. 명절, 크리스마스, 새해 뿐 아니라 퇴근하는 나를 불러 항상 배부른 한 끼를 내어주던 그 마음을 더 느끼지 못해서 함께 아쉬웠다. 팀 모임 때 "하나님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인생 첫 기도를 어색하게 하던 간사님이 마지막 QT 때 "간사님들이 가는 길에 밝은 빛이 되어 주세요."라고 기도했던 순간에는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마지막 여름을 떠나 보내는 이번주는 참 지난했다. 하루 동안 3명의 퇴사 소식을 들은 날에 우리 집 앞 도4차선에 싱크홀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소식을 동시에 들으니 마음이 요상했다. 싱크홀처럼 마음이 푹 가라 앉았다가 괜히 심란해졌다가 붕 뜬 거처럼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짠맛 가득한 여름, 이 계절을 보내고 나면 강한 햇볕에 그을린 피부와 머리칼 말고 또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려나. 항상 이맘때쯤 듣는 노래가 있다. 위수의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 마>, 그리고 어제 라이브 공연에서 함께 부른 백승환의 <그녀가 떠나 가네요> 두 노래가 2024년 내 여름의 마지막을 장식할 거 같다. 잘가, 여름아. 내년에 부디 또 만나자.
"홀러가는 시간 모두 다 우리 거야
그러니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 마"
https://youtu.be/0RN7jqCTHJs?si=oPYRQ6gd-0DDKanM
“그녀가 떠나가네요 뒤도 돌아보지도 않네요
내 사랑이 떠나가네요 헤어지지 않기로 한 약속 다 잊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