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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 Aug 17. 2023

여기 혹시 외국인가요?

경기 고양 중남미문화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30년이 넘게 살아온지라 특정 종교에 대해 딱히 이렇다 할 신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묘한 느낌이 좋아서 한동안 남편이랑 여행만 가면 꼭 그 지역에서 유명한 사찰에 들르곤 했었다. 경건하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홀리하다고 표현할지. 아무튼 그런 곳에 갈 때면 뭐라 이름을 붙이고 규정하기엔 모호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는데, 촬영 일 때문에 약 6개월 동안 사찰로 출퇴근을 해보니 사람에 질려서 '아 그거 별거 아니더라'로 마무리되더라. 종교는 무슨 죄야. 


   "이건 언제 쓰지?"

신혼집에 입주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갈 때 즈음 남편이 휴대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언젠가 가 보려고 미리 구매해 둔 중남미문화원 입장권. 이대로 계속 두면 사용 기한 임박으로 무용지물이 될게 뻔한데. 


   "고양시로 이사를 오게 된 건 여길 오늘 가라는 계시야"

부랴부랴 카메라를 챙기고 길을 나섰다. SNS상에서 <서울 근교 가볼 만한 곳> 혹은 <이국적인 여행지>로 꽤나 주목받고 있는 터라 한산한 평일 오전이 좋지 않을까 했는데 그날이 바로 오늘이라니. 우린 어쩌다가 출근을 안 한 거지? 


   중남미문화원은 중남미에서 30여 년을 외교관으로 보낸 이복형 대사와 부인 홍갑표 이사장이 그 지역의 풍물을 하나씩 모아 1994년 문을 열었다. 1993년에 외교관을 퇴임한 후, 그전부터 수집했던 옷과 식기, 미술품과 조형물 등을 전시하기 시작했는데 1997년에는 미술관을, 2001년에는 조각 공원, 2011년에는 종교 전시관과 벽화 및 연구소를 증설했다. 중남미 나라들을 테마로 볼 수 있는 문화원은 이곳이 전국에서 유일하기 때문에 중남미 국가들의 인사 초청 시에 반드시 거쳐가는 코스라고 한다. 인근에 중부대학교가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골목골목을 다니는 마을버스 배차간격이 너무 길어서 권하지는 않는다. 작지만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으니 자차를 추천하며 문화원과 미술관, 부설박물관, 조각공원을 다 둘러보려면 약 두 시간 여가 소요된다.




   유엔에서 정의하는 중남미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국가를 포함, 아메리카 대륙의 지리적 지역이다. 대부분 스페인어권과 포르투갈어권으로 국가로는 멕시코, 커피가 유명한 과테말라와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베네수엘라, 브라질, 볼리비아, 파라과이, 우루과이, 칠레, 아르헨티나 등이다. 다만 남미의 가이아나와 수리남 및 카리브해에서는 영어와 네덜란드어를 쓰는 속령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언어의 범위가 약간씩 다르다. 중남미문화원에는 중남미 모든 국가들의 전시품을 조금씩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멕시코의 문화 양식이 주를 이룬다. 


입장권을 보여주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박물관 건물이 보인다. 전경을 다 담기엔 가져간 렌즈의 화각이 충분치 않아서 아쉬웠다.   


벤치를 칠한 색깔과 조각상이 입은 옷의 색이 미묘하게 다르지만 왠지 원고에 좌, 우를 이렇게 배치하면 어울릴 듯하여 셔터를 눌렀다. 


중앙홀에는 스페인 양식의 돌로 만들어진 분수대가 자리하고 있다. 스페인식 성당이나 저택에는 대부분 중앙에 홀을 만들고 가운데에 분수를 즐겨 만드는 것이 문화라고 큐레이터가 설명을 덧붙였다. 


분수대 옆에는 150년 된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다. 연식이 오래되었으니 전시 용도로만 자리를 지키는 줄 알았는데 문화원에서 특별 행사로 주최하는 음악회 때마다 제 몫을 다한다고 한다. 피아노와 분수대 모두 12mm 광각 렌즈로 촬영했다.





박물관을 다 보고 나와 조각공원을 지나면 곳곳에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조형물들이 눈에 띈다. 날이 흐려서 조금은 베트남의 사원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조각공원의 끝자락에는 종교전시관이 있다.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레따블로 제단은 로마 바티칸 교황이 사용하는 가구와 성당의 미술 작품을 주로 제작해 왔던 아구스띤 빠라의 작품으로,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중남미가 서구의 식민지가 되면서부터 유럽의 가톨릭 문화가 퍼졌다는 것을 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중앙에서 제단이 보이게끔 찍어도 멋있지만, 이렇게 기둥 뒤에서 벽을 걸고 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따꼬

¶ 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302

☎ 031-962-7171

화-일 11:00-17:00(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비행기를 타지 않고 남미의 문화를 감상했으면 식사도 이에 맞게 즐겨야 한다. 문화원 내부에 있는 카페 따꼬는 갓 구운 나초와 케사디아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케사디아가 식기 전에 먼저 먹고 나초 위에 제공된 야채를 올려 먹으면 딱 좋다. 음료는 중남미문화원의 로고가 박힌 컵에 담아주는데 판매용 굿즈는 왜 없는 것인지 의아했다. 혹시 내 카드 한도를 지켜주기 위함인가






원고에 싣지 못한 B컷은 인스타그램 @play_archive_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출사의 맛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나만 알고 싶은 것은 사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알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진작가에게 촬영지도 마찬가지죠. 제가 기록한 장소가 희귀한 출사지는 아니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덧붙인 시선을 통해 진정한 출사의 맛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맛을 더해 줄 식당 정보는 이번 주말 출사를 계획 중인 당신을 위한 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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