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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 Oct 21. 2023

녹음을 한 껏 느낄 수 있는 산 아래 정원

강원 춘천 제이드가든

   5월은 본격적으로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이다. 지난 5월에는 가정의 달을 가장한 지출의 달이라 스트레스가 연말 못지않게 극에 달하기도 했지만, 4월까지 연한 녹색에 가깝던 잎들이 진한 초록빛을 띠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그나마 위안을 얻기도 했다. 마른 잎 보다 생기 있어 보이는 것이 삶을 조금 더 깨워준다 하지 않는가. 푸른 나무의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마시며 늦은 봄바람에 흔들리는 잎들을 보니 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그런 산.


   이럴 때 출사지 선정은 매우 어렵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 근교는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권에도 양평이나 포천 혹은 파주 등을 가면 어딘가에 나왔다는 기분을 내기에 충분했지만 그것보다 조금 더 멀리, 물리적 거리에서 오는 심리적 거리감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 그런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서울에서 너무 멀면 안 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춘천에 가겠다는 말이다. 용산에서 경춘선을 이용하면 두 시간 안쪽으로 강원권에 떨어지는데 워낙 금방이라 여긴 강원도 춘천이 아니라 경기도 춘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경춘선 굴봉산역에서 하차한 뒤 제이드가든을 오가는 순환버스를 타면 출사지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버스는 하루 여섯 번 운행을 하고, 홈페이지에서 시간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역에서 택시를 부르면 이동 시간을 조금 더 단축할 수 있지만 카카오 택시로 배차를 했음에도 강원 택시라는 이유로 콜비를 따로 받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그다지 권하지는 않는다.




   제이드가든은 현재 한화솔루션에서 운영하는 사립 수목원이다. ‘숲 속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을 테마를 모토로 약 5년여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1년 4월 문을 열었다. 최근 많은 드라마 촬영과  SNS상에서 잦은 노출로 주목받고 있는데, 규모가 약 16만 ㎡ 에 달하고 큰 가든 내에 여러 작은 소 가든을 잘 조성을 해놓은 탓에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관광지로써의 제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 곳이었다. 만병초류와 단풍나무류, 붗꽃류 등은 물론 총 3천여 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어 식생에 조예가 깊은 이들에게도 좋고, 새나 다람쥐 같은 야생 동물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출사지이면서 동시에 탐조지도 될 수 있고, 특히나 산인데도 코스별로 지대가 높지 않아서 출사만 갔다 하면 방전되어 버릴 만큼 저질스러운 체력을 가진 나에게 안성맞춤이다. 코스별로 다 둘러볼 시 소요시간은 두 시간 반 내외이다.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에 방문하면 좋을 출사지로 선정했지만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에 다 가 보니 계절에 상관없이 괜찮을 출사지이다.


입장권을 구입한 뒤 입구를 지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 쁘띠프랑스나 프로방스 류의 테마파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주황색 벽돌이다. 브런치 메뉴를 파는 카페로 식전에 방문했다면 출발 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아침부터 서둘러 출발했는 데에도 주말, 게다가 방문객이 가장 많을 시간대여서 가든 내 어느 코스에도 사람이 가득했다. 이럴 땐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시선을 담는 것도 꽤나 괜찮다.


가든 내에 다양한 식생들이 많기 때문에 계절별로 각각 다른 꽃을 만나는 것 또한 이곳의 매력이다. 가을에 방문했을 땐 코스모스와 안개, 갈대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중턱까지 올라가면 작은 호수가 있는데 그곳을 기점으로 입구 바로 위까지 물이 흘러내린다. 인공 분수도 갈증을 해소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다양한 식생들 사이로 졸졸 흐르는 개울이 산책로 중간중간 자리하고 있어서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산책로에는 작은 나무칩을 깔아 놨다. 하루 전 날 밤에 비가 많이 왔었는데 아직 마르지 않은 나무칩이 신발에 밟히는 느낌과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향이 참 곱다.


낮은 나무들 사이로 미로가 있다.


이 데크 길은 주변에 새가 정말 많았다. 지저귀는 울음소리를 녹음해 뒀다가 잠 못 이루는 밤에 듣고 싶었다.


코스의 딱 중간에 위치한 작은 호수와 분수.




올미닭갈비

강원 춘천시 신동로 20

033-253-6810

춘천까지 왔는데 닭갈비를 먹지 않을 텐가! 현지인 맛집은 번화가에 없으니 명동 닭갈비 골목에 가는 어리석음은 제이드가든 정상에 두고 내려오길 바란다. 춘천 토박이신 어르신이 10년째 운영 중인 올미닭갈비는 나만 알고 싶은 맛집이었으나 이제는 전보다 유명세를 타서 주말 점심시간엔 꼭 웨이팅을 해야 한다. 닭내를 잡고 부드러운 육질을 사수하기 위해 강황을 쓰신 듯한데 차마 여쭤볼 수는 없었다. 우동사리는 꼭 추가하고 볶음밥 또한 반드시 드셔보시길!




원고에 싣지 못한 B컷은 인스타그램 @play_archive_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출사의 맛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나만 알고 싶은 것은 사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알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진작가에게 촬영지도 마찬가지죠. 제가 기록한 장소가 희귀한 출사지는 아니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덧붙인 시선을 통해 진정한 출사의 맛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맛을 더해 줄 식당 정보는 이번 주말 출사를 계획 중인 당신을 위한 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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