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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며

한 해를 돌아볼 때 찌찔이 서 있다. 무지렁이가 보인다. 바로 나이다


한 해를 돌아보며



타인의 잘못은 현미경으로

나의 과오는 망원경으로 보았습니다.     


나의 장점은 뻥튀기 기계에 돌리고

남의 장점은 쥐구멍에 넣었습니다. 

    

남의 허물은 돋보기로 샅샅이

나의 과오는 졸보기로 보았습니다.


타인의 실수는 지적하고 비난했으나

나의 실수는 암실에서 찾았습니다.


타인의 죄는 수사기관에 고발했으나

나의 죄는 아무것도 아닌 듯 지나쳤습니다.


내 것은 빠르게 확실하게 챙기고

네 것과 우리 것은 뒤로 미루었습니다.


책임은 언제나 너의 것이고

특권은 나의 몫이었습니다.    

 

나의 이익은 무한으로 뻗어갔고

남의 이익은 나노로 극소화했습니다. 


일이 꼬이면 남의 탓을 하고

잘 풀리면 제 어깨를 으쓱거렸습니다.


나 자신은 과대평가하고 

남은 과소평가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스러운 암보다

내 손가락에 박힌 가시 하나에 더 아파했습니다.


한 해의 마침표를 찍기 전에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용서구하고 거꾸리 하겠습니다.


2 한 몸이 물구나무처럼 훼까딱 뒤집어지면

5 드디어 전혀 다른  성숙한 나로 변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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