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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노래

작별이 좋을 때가 있다. 작별해야만 하는 것도 있다. 잊자보내자던져버리자


이별의 노래



잊자 보내자 던져버리자


저무는 한 해 

달력 마지막 장을 보자기처럼 활짝 펼쳐

쓰잘데 없는 것들 주섬주섬 담아버리자. 

    

이제 보내자.


조금만 마음 안 들면 넌 또 머야

남을 무시하는 높아진 마음일랑


보내버리자.


나는 설렁설렁하면서 이게 머야

남은 확실하기를 요구하는 마음일랑


보내버리자


자기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남의 영역은 맘대로 넘어서는 마음일랑


던져버리자


다른 사람 말은 흘려들으면서

자기 말은 재방송하려는 마음일랑


이제 보내자.


자기 지갑은 금고 속에 넣어두고

남은 지갑은 곶감처럼 빼먹는 마음일랑


아주 보내자


자기와 결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선을 그어버리는 속 좁은 마음일랑


지워버리자


자기의 대들보 같은 잘못은 덮으려 하고

타인의 티눈 같은 실수는 드러내는 마음일랑


아주 보내자


사람 그 자체보다 그 사람이 가진

그 무엇을 더 추구했던 마음일랑    

 

꾸깃꾸깃 말아서 멀리 던져 버리자.


서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를 사랑하지 않은 모든 기억일랑


잊자 보내자 던져버리자

돌아올 수 없는 세월의 강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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