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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서신 #2 ]

□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 루게릭, 사랑앞에 서다



- 어느 중증 루게릭 환자의 성탄 편지

- 고통이 사랑으로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이 되어

- 루게릭,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희귀 난치병

(※루게릭 환자는 대부분 말도 할 수 없고 글도 쓸 수 없습니다. 이 글은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1인칭 화자 시점으로 기술합니다)

오늘은 거사일(?)이다. 

나는 3일에 한 번씩 아내의 도움으로 큰 볼일을 본다.

그것도 좌약을 넣고 관장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오늘은 아내의 얼굴이 밝아보인다. 

전 직장 사우회 임원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내가 있는 준중환자 병실은 코로나로 면회가 안된다. 병원 근처의 카페에서 만나는 것 같다. 아내는 24시간 나를 간병한다. 머리와 발의 길이가 딱맞는 간이침대에서 칼잠을 잔다.

한 달전 3년 6개월간 입원했던 재활전문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전원했다. 아내 혼자서 24시간 간병하는 것이 힘겨워서 공동간병을 보호자와 교대로 할 수 있다고 해서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원장은 환자가 전신마비로 중증이라서 생각보다 너무 상태가 안좋다고 공동간병은 할 수 없다고한다. 아내는 나의 상태를 수시로 지켜보면서 간병해야 해서 외출이 어렵다. 게다가 코로나 19로 인해 외출도 면회도 전면중지되어 병원안에서만 갇혀 지낸다. 

보고싶은 자녀들과 손주들과도 영상통화로 얼굴만 보며 눈시울을 적신다 

▷ 발병

4년전 여름,나는 가끔씩 목이 조여오는듯 통증을 느꼈다.기침이 하고싶어도 맘대로 안됐다. 목이 컬컬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용각산만 사서 복용했다. 밤이 되면 잠들기까지 고통스러웠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발음도 이상했다. 아내와 함께 성경을 읽거나 기도를 하면 발음이 뜻대로 안되었다.발성을 뜻대로 할 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없고 온 몸이 피곤했다. 이상했지만 별일 아니겠지 하며 운전하고 출퇴근 했다. 여러 병원도 다니며 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아도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세브란스에 입원해서 몇일 동안 각종 검사를 했다. 2018년 11월 말에 루게릭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정신이 아득했다. 네이버로 검색했다. 

전 세계적으로 치료약도 치료법도 없다는 희귀 난치병. 온 몸의 근육이 굳어지고 끝내 심장도 폐의 근육도 굳어 버리는 희귀성 질환이다. 순간 휠체어에 앉은 스티븐 호킹이 떠올랐다. 의사는 “급한 진행이 올 것이라고 지금은 말을 못하지만 수개월 내에 몸이 굳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그동안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을 하시라”고 조심스레 권면했다. 나와 아내는 이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와 나는 하나님의 영광위해 내 병을 허락하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초기 치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던 몇 달동안은 문병온 지인들을 얼리베이터 앞까지 나가서 배웅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추천하는 비급여로 주사제를 선택했다. 증상의 진행을 조금 늦춰줄 수 있다고 해서 6개월 동안을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투약했다. 하지만 전혀 효과를 못본 것 같았다. 병원에 예배실이 있어 감사했다. 시간 날 때마다 오전부터 밤까지 아내는 예배실로 달려가서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의사의 말대로 3개월후 쯤 휠체어에 앉아야 했고 6개월쯤 되어 침대에 눕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그 동안 진행되는 내 몸은 완전히 고통스런 환자였고 겨우 왼손으로 핸드폰을 고정시켜주면 문자로 소통을 했었다. 

▷ 상태

파리가 얼굴에 앉고 모기가 윙윙거려도 내 손으로도 얼굴을 흔들어서도 쫓을 수 없다. 

등이 가려우면 아내에게 눈을 세 번 깜빡인다. 아내가 나에게 질문하면 눈으로 대답하면서 도움을 받았다. 2019년 7월 스스로 호흡할 수 없게 진행되었다. 나는 그 어떤 연명치료도 거부한다고 아내와 가족에게 강력하게 호소했다. 그러나 곁에서 지켜보는 아내는 호흡이 곤란해 힘들어 나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호흡기를 뚫어서 기계로 도움을 주는 기도삽관술을 시술했다. 연명치료를 선택한 것이다.

 그 날부터 나는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서 지내야했다. 3일 밤낮을 울면서 아내를 원망했다. 몸에서 생기는 가래와 침을 강한 압력을 이용한 썩션기로 빼려면 내 몸은 등짝이 들썩이고 갈비뼈가 흔들렸다. 가슴이 부서지고 터질 것 같은 통증이 이어진다. 그래도 분비물을 즉시 빼내지 않으면 숨통이 막혀 호흡곤란이 오기에 살리기 위하여 악순환은 계속된다. 나의 트레이드 마크는 환한 웃음이다. 지금의 얼굴표정은 석고처럼 굳어있다. 웃고 싶지만 얼굴 근육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다. 손가락이 움직일때는 문자로 의사소통을 했다. 지금은 그것도 불가능하다. 듣는 귀와 눈꺼풀이 의사소통 수단이다. 아내가 이야기하면 듣고 눈꺼풀을 움직여 응답한다. 이젠 아내가 먼저 나의 모든 것을 알아차린다.

 침도 혼자서 삼킬 수가 없다. 침이 고이고 흘러나오면 금방 젖어버리니까 입안에 작은 썩션기를 연결해서 뽑아낸다. 밤에 자는 동안은 인공호흡기를 장착해서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 호흡이 어려워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지만 낮 동안은 약해도 자가호흡을 할 수 있다. 그 또한 감사하다. 음식물 섭취를 위해 위루관을 뚫었다. 경관 유동식이다. 입으로 먹는 것이 아니어서 일체의 맛도 느낄 수 없다. 그래도 균형잡힌 영양액이라 건강이 유지된다. 그렇게 설치한 위루관이 생명줄이다.

▷ 생사의 갈림길에서

#1 나는 아내에게 연명치료 거부의사를 밝혔다. 가족들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아내는 동의하지 않았다. 당신없이 살 수 없다는 이유였다. 두 딸도 동조했다. 병원 입원 전 급작스런 호흡곤란이 왔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강한 압박이었다. 이대로 하나님이 부르셨으면 하는 기도를 했다. 아내는 119를 불렀다. 응급조치를 했고 병원으로 이송되어서 회복되었다.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아내의 뜻대로 기도삽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2 아내는 4년동안 혼자 내 곁을 지키면서 전신마비인 나를 간병하고 있다. 아내도 오랜 병구완으로 몸이 여기 저기 아프다. 병원도 갈겸 간병인을 구해두고 잠시 쉬러 병원을 나섰다. 중국인 간병인이 지키고 있었다. 새벽녁에 잠들어 있었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힌다. 비상경계음이 들린다.경광등이 번쩍거린다.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속으로만 절규할 뿐이었다. 

간병인이 자다 깨어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당황하고 겁먹은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한다. 

아내는 상황을 파악하고 간병인에게 호흡기계가 방전된 것 같으니 전원을 제대로 연결하라고 했다. 호흡기계는 전원과 배터리 충전식인데 전원이 빠진 것이다. 밧데리 비상전원마저 방전되면서 비상울림 장치가 작동되었다. 2~3분만 더 지체되었다면 무호흡으로 인한 산소부족으로 천국에 입성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 간병

병원에서 목을 뚫고서는 완전한 와상환자로 누워 지낸지 3년 6개월이다. 

코로나로 대면해서 아이들 얼굴 본지도 오래되었다.

몇 번인가? 이동식 침대에 누워 유리창 너머로 서있는 딸들과 사위 그리고 손주들을 보았다. 내가 입원중인 준중환자실에는 온갖 기계음이 들린다. 아내는 쉴 틈이 없다.할 일이 많다. 

나의 유일한 걱정은 아내가 간병하다가 건강을 잃지나 않을까하는 것이다.

▷ 신앙생활

아내는 눈뜨면 나의 호흡을 확인하고 감사한다. 나의 생존뿐아니라 자신의 살아있음을 하나님께 기뻐하고 감사한다. 날마다 교회에서 보내주는 온라인 큐티를 한다. 주일에는 아내와 비대면 예배를 본다.아내가 성경을 읽어주고 기도를 해준다.내가 좋아하는 찬송가도 틀어서 들려준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러주기도 한다. 거의 매일 극동방송을 내 귓가에 틀어놓는다.나의 육체는 갇혀있지만 영혼은 자유롭다. 하나님께 감사하다. 

요즘은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묵상한다.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을 믿습니다”로 시작해서 몸의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까지 몇 번씩 속으로 읊조린다. 루게릭 환자는 죽음과의 대면이 일상이다.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 시간을 알 수 없다. 살아있는 시간동안 가족과 교회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이것이 하나님이 아직 나를 호흡하게 하는 이유라고 믿는다.

▷ 아내에게

나는 천사와 동거한다. 아내는 하나님께서 특별하게 내게 보내주신 소중한 짝이요 둘도 없는천사이다. 아내는 나의 발병 이후 믿음이 깊어졌다.“사람들은 나를 측은지심으로 보겠지만 나는 건강만 유지한다면 남편을 돌보는 이 삶에 만족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아내의 기도를 들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아내와 눈빛이 마주치면 행복해진다. 아내가 건강하기만을 바랄뿐이다. 

내가 건강할 때도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비교적 칭찬을 많이 하면서 살았다고 생각한다. 딸들이 아빠같은 사람과 결혼할거라고 말할 정도였다. 요즘은 더 많이 같이 있어주고 시간을 함께 공유할 껄하는 아쉬운 마음도 있다. 지금은 말하고 싶어도 표현할 수 없다.

그저 눈을 두 번 깜박 인후 잠시 멈추고 다시 세 번 깜빡일 뿐이다. 여보 사랑해 ♡ 여보 고마워~^^

▷ 하고 싶은 말

오늘 아내에게 내가 30대에서 50대까지 26년간 근무한 방송사 사우회 임원들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성탄을 맞아 하나님이 보내주신 동방박사들 같은 분이십니다. 33분이나 되는 분들이 전달한 사랑과 온정을 가지고 왔습니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자 입니다. 

저는 아내가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불러줄 때 그 분의 얼굴을 떠올리며 하나님께 감사와 축복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상이 여러분들에 임할 것입니다. 저는 누워있지만 외롭지 않습니다. 여러분들과 하나님 안에서 연결된 사랑의 끈이 있기 때문입니다. 

루게릭 병으로 지금은 요양병원 병실에 4년째 누워있는 저는 여러분들에게 감히 말씀드립니다.

-손가락이 움직일 때 한 번 더 사랑의 기프티 콘을 보내세요

-팔과 손이 움직일 때 따뜻한 손으로 악수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하셔요

-입으로 말할 수 있을 때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씀하셔요

-얼굴 근육이 움직일 때 미소짓거나 소리내어 크게 웃으세요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세요. 

-만나는 사람마다 사랑한다고 축복한다고 말씀하세요

-그리고 심장이 뛰는 따스한 가슴으로 안아주세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축복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구술및 감수: 이정숙(배우자)/취재:이주환(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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