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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기경하며

 

텃밭을 기경하며

          

나는 땅부자이다. 서울의 두 곳에 농경지가 있다.

하나는 동내 뒷산에 한 평 남짓 못생긴 텃밭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건물 옥상에 있는 텃밭이다.

뒷산의 소유권은 사학연금재단이다. 텃밭 조성과 운영은 구청 공원녹지과에서 한다.

나는 봄부터 가을까지 붙여먹을수 있다. 감사한 일이다.  

   

봄이 되니 흙이 부드러워졌다. 삽질을 했다. 삽질은 전방에서 근무하면서 배운 기술이다.

깊숙이 파서 뒤집어 엎을수록 작물의 수확이 좋다. 나는 최대한 깊이 팠다.

땅 속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숨어있다. 큰 돌은 파냈고 작은 돌들은 골라냈다.


땅이 기름지다. 다이어트에 실패해 오동통한 지렁이 한마리가 나타났다. 

몸통을 꿈틀거리며 트위스트를 춘다. 지렁이는 햇빛에 노출되자 “으아 눈부셔! 선글라스 어디있어? 선크림 내놔!”소리치며 분노를 쏟아낸다.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땅을 파면서 서람의 마음도 묶은 땅처럼 기경해야 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마음의 기경은 무엇일까? 책 읽기나 좋은 생각으로 충분할까? 독서는 토양의 표피를 호미로 긁어 내는 정도일 것이다. 보다 깊이 마음을 기경하려면 속깊은 정서가 움직여야 한다. 적어도 소가 쟁기로 밭이랑을 파나가는 것처럼 깊이 갈아야 뿌리가 깊이 내려갈 수 있다. 트랙터가 페이로더로 땅을 깊게 파서 뒤집어놓아야 그 곳에 심겨진 작물의 풍성해진다. 감동의 눈물은 영혼을 살찌우는 자양분이다.  

   

흙에 퇴비를 섞었다. 주말에 상추며 고추등 모종을 사서 심을 것이다. 

고구마도 몇 알 심을 생각이다. 행복감이 밀려온다.

 두 세달후에는 어린아이 키 만큼 자랄 것이다. 손바닥위에 상추를 활짝펴 올려놓고 갓 구운 삼겹살을 싸서 한 입 가득 먹으리라. 쌈장에 풋풋핫 고추를 찍어 한 입 베어 먹어야지 하는 생각에 입 만에 침이 고이고 귀에는 아사삭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온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풋풋한 싱싱한 야채를 나누어 먹는 기쁨, 이 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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