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베리 아이스크림

by 이란

생필품이 아닌 데도 무언가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면, 그것은 취향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아이스크림도 그 중 하나이다. 한여름이든 한겨울이든 생각날 때가 있다. 배스킨라빈스의 사랑에 빠진 딸기를 좋아한다.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유명한 메뉴라면, 아마도 체리쥬빌레, 민트 초코, 아몬드 봉봉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랑에 빠진 딸기를 맛본 이후, 이 메뉴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초콜릿, 딸기, 치즈케이크의 조합이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초코만으로 허전할 수 있는 무언가를 다른 조합이 채워준다. 아이스크림 분야도 점점 다양화 되고 고급화 되고 있다. 그래도 괜찮은 아이스크림을 다양하게 맛보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곳이 이곳인 것 같다. 이제는 아이스크림이 유지방과 설탕으로 이루어진 건강과 전혀 상관 없는 식품임을 알고 있다. 설혹 그 아이스크림이 최고급일지라도 그렇다.


인간이 만들어가고 있는 풍요로운 세상 속에 정말 필요한 것은 몇 가지일까. 공기와 아늑한 공간과 간소한 식사가 전부이다. 심지어 매해 어디로든 떠나야 할 것 같은 여행마저 생필품이 아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본능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그것을 추구한다. 소설, 음악, 그리고 미술도 그러한 분야이다. 예술은 영혼을 위한 쉼터이지 생필품이 아니다. 그래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발전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이 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사치이기 때문이다. 왜 인간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굳이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러면서 그러한 것들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 것일까. 짧은 나의 추측은 인간이 동물이 아닌 무언가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생존을 위한 것만을 생각한다면, 그러한 행위는 동물 세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숭고한 정신적 가치를 위해 이익을 포기하기도 한다. 사랑 또한 그러하다. 인간은 사랑을 한다. 그 선택이 어리석다고 하면서 다시 또 그를 반복하거나 찾는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가 녹아버리면 끝나는 아이스크림처럼 허무하다면, 사랑은 한없이 덧없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할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거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간을 만날 수 있다. 보다 생산적이고 타인이 보기에 훌륭한 일들을 해낼 수 있다. 내 안에서 솟아나는 그 어떤 감정과 이끌림이 소용돌이 친다면, 고요하고 차갑게 자신을 향해 되물어 볼 수 있다. 지금 이 감정이 진실로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


어떠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성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친다. 한 번 뿐인 소중한 인생도 무수한 도전과 실패 속에 얻은 성공도 그 사람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아름다고 존경스러운 일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토록 크게 승화될 수 있다면, 그것은 일 개인의 욕망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 나 또한 이러한 감정을 이해한다. 어린 시절에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돈을 버셨던 부모님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을 위해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했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필명도 어머니의 이름이다. 언젠가 이 필명이 어머니에게 드리는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이 모든 감정의 높고 낮음은 인간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찾든 사랑을 찾든 그것은 온전히 자신만의 선택이다.


지독히 나빠질수도 지독히 선해질수도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 정말 진정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마치 저 아이스크림이 혀 끝에 안겨준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내 몸에는 결국 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그렇다. 그 행복이 참으로 나에게 이로운 것인가 헤아려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또 어느 날엔가 아이스크림을 찾을 것이다. 몸에는 이롭지 않을 그 행복이 때로는 힘겨운 순간을 버텨가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이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다면 필요 없는 것들을 무수히 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타인을 좀 더 따스하게 끌어안을 시선은 그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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