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인생이랑 많은 연관이 있겠지?
내가 다닌 중학교는 타학교에 비해 학생이 적었고,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타학교에 비해 성적이 낮은 편이었다. 그 덕에 나는 중, 고등학교 시절 반에서 5등 안에는 드는 우등생 축에 낄 수 있었다.
야자시간에 논술 특강 수업을 했다. 모의고사보다는 내신 성적이 더 좋았으니까 수시를 써야 했고, 논술 수업도 참여했다. 이때부터 집중이 완전히 흐트러졌다. 나는 그것만 바라보며 정시 준비에 몰입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11곳의 대학에 수시 원서를 접수했다. 다행히 서울 동쪽 끝에 있는 어느 대학으로 면접을 보러 갈 기회가 생겼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단장을 하고 먼 길을 떠났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심층면접 문제는 비문학과 영어 지문을 읽고 주관식에 답하는 것이었다. 시험지를 받아 들고 약 20분 간 문제를 먼저 풀었는데. 멍했다. '1차 수시 심층 면접을 보러 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불확실한 답을 들고 면접장에 들어갔다. 면접관은 인자한 인상에 샤프하게 생긴 교수님이셨다. 긴장한 고등학생 친구를 위해 다정한 목소리로 질문을 해주셨다. 그런데도 나는 울먹이며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면접장을 나왔다.
울먹이며 시험장을 나오는데 교복 입은 나를 지나가는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측은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 시선이 불편해 재빨리 학교를 빠져나왔다. 좌석 버스에 올라타 겨우 맘을 추스르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시험 끝나고 버스 타고 가는 중이라고 말하는데 엄마라 발랄하게 물었다. "고생했어! 잘 봤어~?" "어 뭐 그냥."이라는 말로 사실을 숨기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져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수시 원서로 백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썼다. 줄지어 있는 결과 발표에서 줄줄이 탈락하며 정신을 못 차렸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11곳의 대학에서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그때 나의 마음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1차 수시 기간이 지나고 나는 혼자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니던 과외를 모두 끊고 독서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는 언제나 나를 존중해주며 알아서 잘할 거라 믿는다는 태도로 나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그래서 내가 수능을 보는 날까지 엄마, 아빠는 나름의 기대를 했을 것이다.
수능날 친구들과 지하철을 타고 시험장에 가겠다고 했다. 아빠는 내심 데려다주고 싶었지만 혹여나 차가 막히거나 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나의 뜻을 따랐다. 최대한 엄마 아빠의 응원하는 표정을 피하고 싶은 맘이 컸다. 시험을 마치고 나와 정문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만나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빨간 눈으로 겨우 참아냈다.
점점 떨어지는 모의시험 성적을 보며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능을 너무 망쳤다. 답을 적어오지 못해 가채점을 할 수 없다고 둘러대고 애써 웃으며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예비 3번. 당혹스러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2 지망은 이미 예비 29번이고 1 지망은 가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수는 정말 하기 싫었는데 다행일까? 예비 3번으로 추가 합격을 했다.
입학 초기 동기들은 종종 수능 성적 이야길 나누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학교인데 그곳에 예비로 왔다고 말하기에 자존심이 상했고 얼렁뚱땅 얼버무리며 거짓말을 했다. 그 이후로는 어쩔 수 없이 그런 대화가 나올 때면 대충 아는 척하며 상황을 모면했다. 그리곤 그때의 나를 오래도록 잊고 살았다. 오래된 나의 다이어리를 꺼내보기 전까지.
2008년 12월 20일 토요일 새벽 2시 39분.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이 답답하고 화나고 어찌할지 모르겠는 감정을 써두고 싶은데 정신을 차리고 생각하면 지금 내 생각이 철없다는 걸 느끼겠지만 철없더라도 난 지금 나밖에 생각하지 못한다.
마음의 여유가 하나도 없어서 엄마 아빠를 배려하고 이해할 여력은 없는 거.. 지금이 그런 상황인데.
아 모르겠다. 열심히 알아봐야 하는 건 사실인데 알아볼수록 갑갑하고 나 자신이 초라해지고 한심해져서 그래서 피하고 싶다.
진짜 정말 오늘 같은 날은 어디로 도망가버리고 싶다.
대학은 인생이랑 많은 연관이 있겠지?
내가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조금 참고 열심히 알아보면 좀 더 나은 대학에 갈 수 있고 그런 거겠지?
근데 난 이제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까지 생겨버렸는데...
휴.. 진짜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