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에게 주는 선물, 퇴사

'나의 자연스러움을 훼손하는 곳은 못 다닌다'

by 이랑

퇴사 전 나는 언제나 6시 칼퇴할 수 있는 '워라밸'이 보장되는 직장 생활을 했다. 그러나 나는 3년 7개월 간 완전한 만족을 느낀 적이 없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첫 직장에서는 새벽까지 야근을 하는 날이 수도 없이 많았고, 급여도 더 적었고, 출퇴근 시간도 2배 이상 더 걸렸다. 그럼에도 그땐 눈물 날 정도로 기쁘고 보람찬 순간들로 행복했었다. 그렇게 나는 회사를 다니며 항상 찜찜했다.

답답하기는 했으나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헤쳐나갔다. '아 지금 이래서 내가 그런가 보다 그럼 이렇게 해봐야지' 그러면 조금은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일에 집중하면 그냥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고 금세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퇴근 후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많은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루하루 다른 시도를 하며 그냥 쭉 지내왔다.

유튜브 김미경TV 캡쳐

'나의 자연스러움을 훼손하는 곳은 못 다닌다'

나와는 조금 혹은 많이 다른 구성원들과 조직 문화 안에서 나는 온전히 나답지 못했다. 좋은 동료들이었기에 한 명 한 명 개인적인 장점을 찾고 잘 지내려 노력했다. 그리고 실제로 친하게 어울려 지내기도 했지만 내가 느끼는 공허함을 해결할 수 없었다. 그러다 그 방송, 그 문구를 통해 깨달았다. 나는 나의 직업적 가치관에 맞지 않는 곳에서 현실적 조건들과 저울질하며 남의 기준에 맞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렇게 나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고 방치했었다.

부끄럽지만 그렇게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난 이후로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을 했다. 여자인 내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도 다니기에 이만한 회사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 그 생각이 자꾸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하다 보면 짜증이 났다. 당장 결혼을 할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기를 가진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자꾸 그런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의 나에게 그 결정을 못해주는지.. 짜증이 났다. 그렇게 도돌이표와 같은 고민을 거듭해 나는 지금의 내가 하자는 대로 퇴사를 결심했다.

그렇게 퇴사를 하고 한 달 즈음되었다. 종종 불안하다. 하지만 안정적이다. 조카들을 데려다주고 와 한숨 더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에 글로 쓰고픈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그러면 누워있던 침대로 작은 키보드를 가져와 쌔근쌔근 잠자는 강아지를 옆에 두고 타닥타닥 글을 쓴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어서 피곤하다 느끼고 넘어가기만 했었는데 그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니 개운하다. 내 머릿속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써 내려가는 요즘은 불안하지만 참 행복하다.


다시 생각해봐도 우선 '지금의 나부터 챙기자'라는 그 선택은 잘했다.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를 위해 하루하루 조금씩 더 나와 가까워지고 있다.

같이 코 잘 줄 알았는데.. 자꾸 부시럭거리는 언니에게 삐진 나의 개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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