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가 되기도 하는 핑크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같이 일하면서 소속이 달라 갑과 을의 관계였던 우리. 인간적인 면모로 소속 팀원을 소중히 여기면서 일도 잘하는 그녀가 좋았다. 그런 그녀는 기준에 따라 칼 같이 움직이면서도 운영사의 현실적 고충을 이해하는 나를 좋아했다. 고 생각해 그녀에게 퇴사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 번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적이 없지만 우린 통했다.
정말 다양한 주제로 생각을 나눴다. 재밌고 건강한 대화였다. 지겹던 광화문에서 만나 좋아하던 돈가스 집에서 점심을 먹고 뻔한 스타벅스에서 4시간을 떠들었다. 슬슬 오늘의 글쓰기 걱정이 되어 "오늘의 주제는 강점이에요"라고 던졌다. 나의 강점을 말해주실 것 같아 그 에피소드로 글을 쓰려는 꿍꿍이가 짙은 말이었다.
예술 치료를 공부하는 팀장님은 말했다.
"매니저님 보면 핑크색이 딱 떠올라요. 보라색으로 변하기도 하는 그런 핑크요."
"예쁘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그런 핑크색인데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열정이 확 느껴져요. 그 열정이 더해져 보라색으로 짙어지기도 하는 그런 핑크색"
'강점'이라는 주제가 어려웠다. 씻으면서, 준비하면서, 이동하면서 이래저래 떠올려도 맘에 드는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특정한 면을 강점이라고 규정해 그 강박에 갇히고 싶지 않아서. 강점은 종종 단점이기도 하니까. 이럴 때는 강점으로 작용하고 이럴 때는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글을 쓰기가 싫어서.
꿍꿍이가 먹혔다. 누구와도 같지 않은 나, 그게 내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