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 Jay Park(박재범)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내 인생의 첫 콘서트라 노하우는커녕 경험도 없었고 그래서 티켓을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운이 좋게도 초심자의 행운이 찾아와 주었다. 대기번호 300번대로 들어가 1순위로 원하던 구역의 티켓을 잡은 것이다. 나중에 티켓팅에 일가견이 있는 동료가 말하길 300번 대면 정말 빨리 들어간 거라고 했다. 동료는 pc방이 어디였는지 물어볼 정도였다.
그렇게 티켓을 구하고 콘서트에 갈 때 필요한 준비물들을 살폈다. 처음이라 긴장도 되면서 어린 시절 소풍을 가는 전날 같이 설레기도 하고 무언가 새로운 걸 배운다는 마음가짐이 들어서인지 콘서트 전부터 그저 계획하는 것 자체로도 벌써 들떠 있었다. 검색을 하니 나같이 콘서트가 처음인 사람도 마음 편히 콘서트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꿀팁과 준비물들을 정리한 글들을 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 콘서트 당일이 좀 흐려서 날은 덥지 않았는데 옆자리 분이 직접 만든 굿즈를 나눔 해주셔서 그때 간식이라도 챙겼으면 드렸을 텐데 하고 아쉬웠다. 그렇지 않아도 공연을 가면 종종 나눔을 받는다는 얘길 듣긴 했는데 진짜 내가 받을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던 탓이다. 다음에 콘서트를 가면 나눔 할 용도로 챙겨갈 생각이다. 그런데 이것도 직접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팬 문화이다 보니 어쩐지 새로운 걸 배운 것 같아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다음으로 응원봉을 주문했다. 박자에 맞춰 흔들기도 하고 팬임을 인증할 수 있는 굿즈라서 없어서는 안 될 준비물이라고 할 수 있다. 콘서트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품절이 될 수도 있고 가기 전에 잘 되는지 확인을 해보고 싶어서 미리 구입했다. 24년 8월에 열렸던 팬미팅에서도 살 수 있었지만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기도 했었고 굿즈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팬미팅도 마찬가지로 처음이었어서 소극적인 태도로 있다 보니 그땐 미처 굿즈를 구경하거나 살 생각을 못했다. 콘서트장에 가보니 중앙에서 응원봉을 조절했는데 음악에 맞춰 다양한 불빛이 자동으로 바뀌어서 신기했다. 콘서트에 가실 분들은 다른 건 몰라도 응원봉은 꼭 챙기시길 바란다.
콘서트 당일에는 팬미팅 이후 나름 두 번째 오프라인 공연을 가는 거기도 하고 나름 만발의 준비를 한 상태여서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굿즈를 사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간 팬분들의 후기를 보면서 콘서트장으로 향했는데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몇 가지는 품절되어있었다. 하필 사려던 티셔츠는 품절이었고 팬미팅 때 못 샀던 바토끼(재범님 얼굴을 닮은 근육질의 토끼 인형 키링)는 살 수 있었다. 이번 바토끼는 여름이라 그런지 핑크토끼가 연한 갈색으로 태닝하고 비니에 힙합스타일로 옷을 입고 있어서 이전 바토끼 버전보다 더 신경 쓴 느낌으로 귀여웠다.(다행히 굿즈들은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7월 말쯤부터 배송이 된다고 한다ㅜ)
많은 팬들로 가득 찬 공연장에 들어서니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으니 무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역시 티켓팅을 잘한 보람이 있었다. 그러고는 응원봉에 불이 몇 번 들어왔다가 꺼지길 반복했다. (처음에는 잘못 눌린 줄 알았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공연이 시작되었고 30년 넘게 살면서 화면으로만 봤던 화려한 무대 효과와 장치들을 실제로 보면서 정말 기술이 많이 발전했구나 새삼 원시인이 문명을 접한 듯 감탄했다.
거기다 무엇보다도 토크와 소통에 중점을 뒀던 팬미팅 때와는 다르게 무대와 퍼포먼스에 집중한 콘서트에서는 자신의 특장점을 녹여낸 무대 위의 프로로서의 Jay Park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간으로서 저 경지까지 오르는 동안 들여야 했을, 가늠하기도 힘들 노력과 시간들이 잠깐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중간중간 보통 한국사람 못지않게 재미난 입담과 제스처를 뽐내는 기분 좋은 팬서비스가 이어졌다.
다른 인터뷰에서 재범님이 한국에서 생활한 지 벌써 18-9년 정도로 미국에서 생활한 시간과 같은 시간이 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문화도 많이 다르고 언어도 미숙했던 시기에 연습생을 시작해서 많은 사랑을 받는 아이돌이 되기까지도 많은 노력과 인내, 시행착오가 있었을 텐데 그는 어느새 AOMG, H1GHR MUSIC이라는 우리나라 힙합씬, 엔터 업계에서 인정받는 회사를 대표로서 이끌고, 원소주라는 입버릇처럼 말하던 자신의 소주 브랜드를 론칭한 것도 모자라 또다시 자신만의 비전을 내건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다.
단순히 무언가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연달아 성공을 이뤄낸 것이 아니라 남들이 뭐라고 하건 본인의 소신과 신념을 믿고 가족과 팬들의 지지에 보답하고자 남들은 하지 않는, 정말 말 그대로 보법이 다른 행보를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중에 자신의 행복만을 좇지 않고 늘 주위를 살피며 자신의 사람들이 더 행복할 수 있도록 아티스트, 친구, 가족으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따뜻한 인간성을 보여줬다.
재범님의 팬이 된 건 2018년쯤이었다. 나이 서른이 되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대학에 들어갔던, 나름 야심 찬 도전을 하던 때였다. 나보다 어리지만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격지심도 느끼고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를 의심하며 불안해하던 날들, 그때 무심코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불안을 떨칠 수 있었고 그가 하는 음악처럼 긍정적인 바이브의 중요성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박재범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의 음악, 신념, 행보들이 자연스럽게 좋은 자극이 되었고, 실제로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다.
인생을 살면서 적지 않은 수의 감사한 선생님들, 선배님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멘토가 된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또 한 번 내가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당신에게는 좋은 자극과 영감을 주는 유명인 또는 아티스트가 있는가? 그러고 보면 예술에 기여는 한 적 없지만 빚은 참 많은 것 같다. 나에게는 이루지 못했고 꿈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꿈이 있다. 늦었지만, 게으르게 외면했지만 이제는 그 꿈에 한 발 다가서보려 한다. 박재범이라는 사람을 통해 새로운 용기를 받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