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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미 May 24. 2022

소소한 일상.

마음을 쉬게 하는 곳~

아침에 만나는 비타민들~

눈을 뜨면 늘 하던 것처럼 어슴푸레한 마당이 한눈에 들어오길 기다린다.

초롬 초롬 한 잔디 위의 이슬을 발끝으로 느끼며 단풍처럼 우수수 떨어져 있는 붉은 꽃잎들을 주워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마당 한 바퀴를 휘돌아 화단 앞에 쪼그려 앉는다.

오묘한 색감의 단아함, 팔을 뻗은 듯 쑥쑥 내미는 자구들이 강한 생명력과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아침 마당 풍경

지난 초가을쯤이었나 보다.

우연히 보게 된 바위솔의 매력에 빠져 폭풍 구매하게 된 녀석들~

새 피핀, 정선 연화 바위솔, 윌리엄, 오색 기린초, 피핀, 유토피아, 하베 더보이, 캥거루, 황금 새덤, 비단 알붐, 벨벳, 홍학, 포트 레드와인, 애터미 등등 이름도 예쁜 바위솔 40여 종이 우리 집으로 이사를 왔었다.

"어머 너무 예쁘다."
"아유~ 얘도 너무 예뻐 너무 귀엽다, 어머어머~"

처음 이사 온 날 박스 안에 소복소복 담겨온 아이들을 만나는 순간 절로 나오는 찬사와 즐거움은 기대 이상의 기쁨이었다.

두 손주 녀석들도 "할머니 얘 너무 귀여워요. 할머니 얘 너무 예쁘지 않아요? 와와~"

두 녀석들의 말이 귀여워 또 한 번 웃고,

딸이랑 영감님도 모두 예뻐라 귀여워라 하며 사진을 찍고 이름을 불러주며 가족 모두가 환영했었다.

처음 이사 오던날

다음날 장독대 옆에 하릴없이 엎드려 있던 큰 시루, 작은 시루, 맷돌, 오가리, 그리고 급하게 구매한 작은 화분으로 조심스레 옮겨주었다.

날씨가 차가워져 아침에는 밖에 내놨다가 저녁엔 추워서 얼어버릴까 낑낑대며 안에 넣었다 꺼냈다를 반복한 후 한 달 정도 지나서부터는  바깥에서 겨우내 혹독한 야외 적응 기간을 무사히 마친 바위솔들

추위에 움츠렸던 녀석들이 깨어나며 쑤우욱쑥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아쉽게도 자태가 시계 모양처럼 예뻤던 새 피핀과 밀라야, 애터미는 겨울이 너무 힘들었는지 깨어나질 않는다. 남은 녀석들은 기지개를 켜며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쭈욱 쭈욱 식성이 장난 아니다. 엊그제 몇몇 녀석들은 화단으로 옮겼었다. 

이 녀석들이 화단에 가득 차게 되면 얼마나 예쁠까, 그 시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는 조바심으로 한 아이 한 아이를 살피고 작은 풀씨도 뽑아주며 살뜰히 보살핀다. 잘못 건드려 다치기라도 할세라 조심조심하면서~


씩씩하게 잘자라주는 바위솔들

정작 본인들은 내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듯 건들지 말고 그냥 둬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품 안에 옹기종기 얼굴을 내미는 자구들을 가득 품고서 엄마처럼 걱정 슬려 하는 듯하다.

아고 귀여워~

사랑스러워~

보고 있노라면 즐거움이 어여쁨이 말을 건네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피핀은 화려하지는 않아도 자태가 곱고 우아하다.

마치 내 고향의 솟을대문 집에 살던 하얀 피부의 청초한 그 아기씨 같다.

나 또한 그녀를 마주한 듯 살포시 웃는다.

이슬 머금은 피핀


계단 옆 작은 연못가에 구붕이가 내 발소리를  어떻게 알았는지 밥 먹을 준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작년 초가을 늦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어느 휴일 작은 연못이 만들어졌다.

할멈 말이라면 귓등으로 들었다가도 콧등으로 바로 시행에 옮겨주는, 한평생을 같이해온 영감님의 도움으로 구붕이들이 놀 수 있는 작은 집이 만들어졌다.

10마리의 금붕어들을 데려와서 그중 제일 큰아이는 첫째 일붕이 둘째 눈이 새까만 이붕이 삼봉이 ~ 이름을 지어주던 날 제 집인 줄 아는지 신나게 꼬리 치며 좋아하던 열붕이 형제들의 모습을 보며 10배 더 즐거워하던 우리 가족들이 생각난다.


일곱 살 여덟 살 개구쟁이 외손주 형준이와 형주, 준이 주야 엄마, 준이 주야 할아버지 할머니 이렇게 다섯 식구가 사는 곳에 불이 10형제들이 이사를 온 것이다.


처음이라 모든 것이 조심스럽기만 하던 때 물은 어떻게 갈아 줘야 하는지, 수초는 어떤 종류가 좋을지, 어디쯤에 심어야 붕어들이 좋아할지, 놀던 물이 달라지면 붕이들이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갓난아기 다루듯이 조심스럽던 그 잠깐의 공백을 깨고 동백나무 아래 숨어있던 길양이가 후다닥 튀어나와 얼마나 놀랐던지, 놀란 가슴 진정하며 들여다보니 붕이들이 없다.


"오매~"

"어맛!  이 나쁜 양이 녀석!!!"


망연자실할 때 돌 틈으로 살며시 눈만 내밀며 바깥 동향을 살피며 얼굴을 내미는 불이 하나 두 우울 세엣~~
아홉~~ 열붕이 들 무사했구나.

"고마워 붕어들 많이 놀랬지~" 안도하며
"이젠 괜찮아"
괜찮아만 연신 읊조렸던 그 순간, 그 작은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지켜준 누군가에 대한 감사함
그 사랑스러움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혹시 밤새 양이들이 오면 어쩌나 휀스를 쳐놓고도 안심이 안되어 밤에도 불을 켜놓고 수시로 확인하던 날들, 묘책으로 인터넷 검색하여 양이들이 싫어한다는 주파수 센서를 달아준 뒤 거짓말처럼 양이 녀석들이 더 이상은 근처를 배회하지 않아서 다행이라 여겼다.

열 붕이들의 집

드디어 열붕이 집 청소하는 날~
 배수로를 아주 조금 열어 물이 조금씩 빠지도록 열어놓고 굵은 자갈들로 입구를 막아 붕어가 나가지 못하도록 해놓고 잠깐 머물 집으로 옮기는 도중 마지막 한 녀석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아서 혹시 배수구로 빨려나갔을까 안타까운 맘으로 헤집던 자갈돌 사이에 끼어 겨우 파닥이던 녀석을 발견, 외상은 없어서 다행이다 했는데 일주일은 잘 살더니 배가 불러서 비틀거리다 결국 깜장 눈을 깜빡깜빡하며 안타깝게도

 ㅜㅜ


남은 9분이 중 한 녀석은 아가미가 벌어지는 이상한 병이 걸렸다.

물갈이 약 아가미 치료제 항생제 몇 가지를 써도 나아지지 않았다.
먹이를 먹으려 입을 벌릴 때 닫혔던 아가미가 열리는 힘으로 먹이 흡입이 이뤄지는데 아가미가 항상 열려있는 상태이다 보니 흡입이 안되고 오히려 입을 벌릴 때마다 물방 구만 뽕뽕 나오니 먹이가 물 방귀가 터지면서 멀어져 입안으로 들어가지를 않는다.

먹이를 먹여줄 수도 없고 보는 이의 애가 타는데,

이 녀석은 먹기 위해 더 노력하고 물가장자리에 모여있는 먹이를 공약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먹이사냥을 하였고 10번 중 한 번의 성공으로도 꼬리를 흔들며 기분 좋아하는 긍정성도 가졌다.

걱정 말라는 듯이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더 나빠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살고 있다.

힘내! 구붕아~

씩씩하고 건강한 구붕이들


신기한 것은 귀도 없는데 이 녀석들은 식사 당번인 내발 소리를 알아보는 것 같다.

붕이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고 뜰대로 떠서 붕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개구쟁이 두 손주들이 오면 수초 속으로 돌 틈 속으로 숨기 바쁘고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아래위로 눈알을 굴려가며 개구쟁이들의 동태를 살피며 긴장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구붕이들이 무서워 하는 개구장이 두녀석들


먹이를 먹고 난 후의 모습은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듯 뿌듯해하는 듯하고 즐거운 몸짓으로 물살을 가르며 쭈욱 쭉 힘차게 헤엄친다. 꼬리를 살랑이는 춤사위를 보는 동안은 넋이 빠져 시간 가는 것을 잊어버리게 한다.


그리하여 오늘도 내 출근시간은 서둘러야 간당간당하게 사무실 입구에 도착되겠다.

그래도 이 녀석들이 주는 긍정의 힘으로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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