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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국 May 14. 2016

독립의 자유와 책임

자유 활동가의 숙명

독립적인 주체로 홀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면서 내게는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바로 내 주변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진 것. 평소 생각 없이 걷던 거리, 무심코 지내왔던 공간을 더 세심히 관찰하게 됐다. 가끔은 나와 관계 맺었던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추억을 상상하고, 오늘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지라도 그들의 모습을 최대한 생생하게 기억하려 노력하게 된 것이다.


다른 안목으로 똑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신기하게도 평소에는 안보이던 것들을 새롭게 보는 식견이 생겼다. 심봉사가 눈뜨는 기분이랄까. 그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대상에 대한 관심이 생기니 매일 반복해서 걷던 길도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공간도 정성스런 눈길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것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겉으로 눈에 띄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닌 구석구석 속까지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당연한 것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첫 직장을 다닐 때 매일 출퇴근하던 서울어린이대공원 숲길을 다시 찾아 자세히 보니 공원의 역사와 문화, 길 위에 발을 내딛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보였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에는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상징물들이 존재하지만, 나는 과거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약 1년 동안 일했음에도 그 역사적 가치를 잘 알지 못했다. 당시에는 역사에 큰 관심이 없다보니 매일 반복해서 걷던 길도 별생각 없이 빠르게 지나쳤고, 주변 경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후 역사에 관심 갖고 새로운 눈으로 공간을 바라보게 되면서 나는 더 많은 커뮤니티 공간의 숨겨진 역사를 찾아 취재하고 기록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간을 취재하며 나와 연결고리를 찾아 관계를 맺고 글을 썼다. 그렇게 시작된 취재 기사가 서울의 여러 한옥 마을, 다양한 문화 예술 거리, 4대 궁궐까지 이어졌다.  

동네에서 마주한 활동 경험도 새로운 눈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골목 곳곳을 다니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평소 접하기 어려운 상황을 접했고 그 순간 가까이 다가가 취재를 했다. 나는 조금 더 자유롭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에 즐거움을 느꼈다. 서로를 알아가고 맞춰가는 이 과정이 나에게는 참 소중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자연을 좋아하고 함께하는 삶의 가치에 관심 가지고 있는지 발견하게 된 건 덤이다. 


홀로서기를 하고 독립하면 내 판단과 선택이 자유롭다. 순간 찰나에도 나에게는 자유가 있다. 글을 써도 되고 쓰지 않아도 그만이다. 모두 다 내가 선택하는 자유다. 하지만 일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수도 성과도 모든 것은 내가 감내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더 큰 책임감이 든다.   


성수동 골목에서 놀이를 하던 아이들을 만난 것처럼, 돌이켜보면 전환기 삶 속에서 주어진 자유 시간은 학원에 올 매인 아이들이 잠시나마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과 같게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의 소중함은 동네 형, 누나, 동생들과 서로 관계를 맺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조금 씩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 시간만큼은 아이들은 스스로 논다.

아이들은 동네 공터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스스로 움직이고 줄을 자를 타이밍을 판단한다. 술래의 눈을 피해 한걸음 나아가는 순간, 술래에게 잡혀있는 친구들을 살려주기 위해 손을 내미는 순간에도 결정의 자유는 존재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아이들 개인에게 부여하는 결정의 자유는 놀이 현장의 흥미를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의 책임을 느낀다. 이는 쉴 틈 없이 스케쥴이 짜여 진 학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훈련이다.     


우리 사회의 일 경험도 결정의 자유와 결과의 책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놀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일에 흥미가 생기고 어울림 속에서 업무 효율이 극대화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스스로 자유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자유의 뒤에는 항상 책임이 뒤 따라 온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더욱 더 계획하고 행동하는 과정을 게을리 하기 어렵다. 끊임없이 자리에서 고민하고 배우며 전진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자유로운 행동 속에는 그 것이 옳음을 입증해야 되는 일이 숙명처럼 따라오기 때문이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취재 (2016년 10월 16일 발행)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숨겨진 역사 이야기

http://naver.me/xKCAY3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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