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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국 Dec 25. 2018

경험의 상호 작용 원리

우리의 인생에는 수많은 전환기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전환기를 인식하고 알아차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내가 스무 살을 갓 넘겼을 때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첫 휴학 기간 동안 경험한 테마파크에서의 아르바이트도 사실 전환기였다. 당시 난 에버랜드 엔터테인먼트팀에서 공연 가이드로 근무하며 거의 매일 공연을 접했다. 내향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공연 가이드로 방문객들과 상호작용했던 경험은 아직까지도 너무나 즐거웠던 추억이다.

퍼레이드 시간에 맞춰 뻣뻣한 몸으로 어설프게 춤을 추기도 하고 많은 손님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함께 일하던 비슷한 또래의 친구, 형, 누나, 동생도 각자의 콘셉트로 이벤트 아이템을 갖고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벤트를 여는 과정에서 테마파크 공연 가이드와 방문객은 합리적인 상호 작용을 했다. 공연가이드는 퍼레이드 카가 공연장 앞에 도착하기 전까지 방문객들에게 무료한 시간을 달래 줬고, 방문객들은 박수와 큰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렇게 관객들과 상호작용 하며 방문객들이 손뼉 쳐주고, 또다시 방문하여 기억해 줄 때의 그 느낌은 정말 짜릿하고 기뻤다.


엔터테인먼트 팀에서 공연 가이드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만났던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는 아직도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손님이다. 뜨거운 햇빛이 비추던 여름 어느 날의 일이다. 많은 손님들 중에서 바삐 공연장 안으로 들어오는 부녀가 유독 눈에 띄어 다가가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안쪽으로 자리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연세가 지긋한 아버지를 모시고 오신 따님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 주셨다. 부녀는 일주일 뒤에도, 단풍이 떨어지는 가을에도 공연장을 자주 방문했다. 사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그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부녀를 반겼다. 그때마다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를 대신하여 항상 따님께서 먼저 따뜻하게 말을 건네주셨다.      


“아버지 여기 총각이 인사하잖아...”     

 

그렇게 부녀는 그 해 함박눈이 내리기 전까지 에버랜드에 오면 꼭 우리 공연장의 카니발 엘리시온 서커스를 보러 찾아 주셨다. 아직까지도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를 휠체어에 모시고 오셨던 손님의 모습이 아련하게 기억난다. 두 분은 참 좋은 단골손님이었다.

경험이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경험의 주체와 객체가 서로 주고받으며 상호작용 관계를 맺어야 한다. 실용주의 철학자 존듀이는 경험의 세 가지 원리로 ‘상호작용의 원리’를 꼽기도 했다. 따라서 가치 있는 경험에서 서로 주고받는 쌍방향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경험의 주체자와 객체자가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쌍방향 관계 속에서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이 연결되고 개인의 성장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상호작용 관계에서 적절한 반응이 나타나고, 이것이 서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희망의 꿈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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