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의 탄생을 출간하며
책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글을 수도 없이 읽어보며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는 일을 해야 함을 말합니다. 특히 출판을 앞두고선 교정의 과정을 거치며 저자와 교정자는 출간될 책을 전체적으로 읽고 또 읽으며 검토하는 것입니다. 교정자가 책의 첫 번째 독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럴 때 교정자의 생각과 저자의 생각이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엔 서로 협의하며 조정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책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이뤄지는 일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과정만으로 책이 완성되는 것 같진 않습니다. 결국 책은
누군가가 읽어줄 때 그 의미를 가질 뿐이니까요!
책을 출간하며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당연히 많은 독자와의 만남입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길 바라며 쓴 글이 책으로 탄생했으니 당연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독자와 저자는 의견을 교환하고 반영할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독자라 말씀드렸던 교정자와 저자와의 관계와는 다른 것이지요. 세상에 책이 출간되는 순간 책은 고정된 것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자와 독자는 어떻게 서로 소통해야 할까요? 제일 좋은 방법은 독자와 저자가 함께 만나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책을 쓴 사람이라면 자신의 책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자와의 만남을 하자는 제안이 들어오면 무척 기쁩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과 저자가 만날 수는 없습니다. 여럿이 함께 읽고 저자와의 만남을 기획하는 경우도 있지만 조용히 혼자서만 책을 읽는 독자도 많습니다. 얼마 전 만난 선생님께서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시더군요.
"선생님, 선생님 생각을 담은 책을 계속해서 내주세요. 비록 선생님 앞에서 책을 들고 모이지 않더라도 곳곳에서 선생님의 생각을 소중하게 읽고 있는 샤이(shy) 독자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고요. 앞으로도 많은 글 써서 나눠주시면 고맙겠어요."
저를 위해서 마음 써 주시는 말씀이기에 참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독자들이 많을 테니 그냥 손 놓고 있어야 한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주변과 생각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독자들의 서평을 좀 더 활성화시켜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은 비록 저자와 함께하는 협의의 과정은 아닙니다. 저자의 일방적인 생각에 독자의 일방적인 생각을 담은 글일 것입니다. 그만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라면 누구라도 독자들의 서평을 그냥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서평을 통해 저자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생각한 것을 독자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저자의 고민은 저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독자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서평들에 저자로서 반응하지 못하더라도 독자들의 서평을 저자들은 소중히 읽으며 자신과 주변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급의 탄생은 서평으로 시작합시다!
이번 '학급의 탄생'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출판사에게 제안했습니다. 이번 책은 제가 잘 알고 있고, 저를 잘 알고 있는 주변의 소중한 분들에게 서평을 부탁드리고 싶다고요. 그리고 그분들이 써 주신 소중한 서평을 간추려 추천사로 책에 실어달라고요. 이렇게 제안했던 이유는 앞에서 말했던 서평을 활성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이야기였던 '책을 출간한다는 것'에 제가 신뢰하고 있고, 평소 많은 생각을 나누는 우리 학교의 '박정재' 연구부장 선생님의 추천사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엔 제가 4학년 담임을 할 때 우리 반 친구였던 '바수 데비'의 서평입니다. 지금은 경기도에서 저와 같은 초등교사가 되어있는 제자이자 동료 교사인 데비의 글을 서평으로 올립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 서평을 통해 책을 알아가는 것 이상으로 독자와 저자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학급의 탄생 서평
두 번째 맞는 3월 개학날을 앞두고 여러 가지 고민으로 머리가 가득하다.
'새로 만나게 될 학생들은 어떨까, 학부모님들은 어떨까, 첫날 만남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올 한 해 정말 잘해보고 싶다……'
긴장되고 걱정스럽고 잘 준비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막막하다. 한 해 동안 좋아서 발전시키고 싶었던 점, 아쉬워서 고치고 싶었던 점 등등 당시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가득했는데 막상 지금 와 보니 기억도 잘 안 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시작점을 잡기가 어려워서 어디에서부터 할까 고민만 하며 계속 미루게 된다. 딱 이 시점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는 학급의 한해살이가 담겨있다. 3월 첫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어 학급 안에서 교사가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과 겪게 되는 고민들이 모두 있다. 덕분에 지난 한 해 우리 학급의 사건들과 교사로서 마주했던 고민들을 책 안에서 다시 한번 쭉 떠올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정말 흥미로운 것은 이 사건들에 대한 이경원 선생님의 관점과 사유이다. 어떤 부분을 읽으면서는 나의 생각과 너무 일치하는 의견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공감하였다. 또 어떤 부분은 내가 겪었던 어려움과 고민에 대한 해답을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스스로는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인데, 이전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새롭게 성찰하게 되었다.
교대에 입학하고서도 한동안은 교사는 완벽하게 준비된 TV 속 엠씨 같은 모습으로 학급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래의 나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고 무게감 있게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완벽히 속이(?)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런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나는 25세 바수데비 나의 모습 그대로를 아이들에게 드러내며 일 년 간 함께 살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부족한 점도 드러났다. 이렇게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아이들을 만나는 데에 있어 이렇게 나를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 옳은 것인가 고민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그 고민을 결론지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학급은 완벽한 교사가 아이들을 이끌며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는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드러내버리고 만 것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내가 먼저 드러내니 아이들도 나에게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 주었다. 그 덕분에 나와 학생들은 아주 가까운 관계로 한 해를 보냈다. 이렇게 서로 솔직한 모습으로 마주하는 것이 진정한 '우리'의 기반이다.
그렇다면 함께 드러내게 되는 단점들은? 인간으로서의 나를 솔직하게 드러낼수록 나의 부족한 모습도 드러내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부족함까지 서로 공유하고 도와가며 발전을 돕는 것이 학급 생활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과 살아가고 나를 드러내며 나도 성장하는 것이다. 물론 내 부족함까지도 학생들에게 드러나기에, 나는 인간으로서의 나를 더욱 다듬고 발전시키는 책임감을 가진 존재라는 깨달음도 얻게 되었다.
정말 말을 안 듣는 아이가 있었다. 같은 잘못을 계속해서 수도 없이 반복하는 아이였다. 수업 시간에 자꾸 친구에게 장난을 걸며 방해를 하거나, 쉬는 시간에 자꾸 격한 몸 장난을 하는 등이었다. 다른 학생들이 이 학생의 행동에 불편감을 많이 느꼈기에 더욱 교정이 절실했다. 처음에는 계속 잔소리를 했고, 반성문이나 사과의 편지를 쓰도록 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돌아서면 다시 신나게 온 교실을 휘저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말을 안 듣는 이 학생은 한편으로는 스스로도 이 행동을 참 고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처음에는 무작정 꾸중을 했지만, 나중에는 거의 매일 방과 후에 상담을 하게 되었다.
"00아, 너도 네가 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잘 모르겠지?"
"네 선생님. 저도 모르겠는데 그냥 자꾸 까먹고 또 해요."
"그러게. 우리 어떡하지?"
정말 웃기지만 이런 대화가 반복되었다. 결국 그 학생과 나는 서로를 좋아하며 사이좋게 지냈지만, 학생의 행동이 교정되지는 않았다.
“행동에 대한 첫 느낌이 어떤지에 따라 그 사람의 행동이 결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느낌은 모든 일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 하지만 계속해서 잘못을 저지르는 아이들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불안감이나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이 부분을 읽고 내가 해소하지 못한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은 기분이었다. 책에 드러난 사례에서 영어 선생님에게 못된 말을 한 학생은 후련함을 느꼈다고 했다. 나와 함께한 그 학생은 어떤 느낌 때문에 문제행동을 반복했을까? 재미, 수업 시간에 금기된 행동을 한다는 짜릿함, 친구를 계속 괴롭히면서 느끼는 왠지 모를 승리감이나 우월감… 느낌의 관점에서 생각하니 문제의 원인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것을 인지하도록 도와주고, 이 느낌을 느끼는 것이 옳은지 짚어보도록 하였다면 그 학생은 보다 쉽게 문제행동을 조절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눈에 띄게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아이도 있지만, 잔잔하게 모든 활동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학생들이 더 많다. 딱 지적받지 않을 만큼만, 최소한만 지키면서 활동에 임하는 학생들이다. 나의 경우 지난 한 해 5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며 2학기 들어 이러한 현상을 많이 관찰했다. 더 잘할 수 있어도 그냥 굳이 열심히 하지는 않는 것이다. 특히 사춘기가 빨리 온 듯한 아이들이 이러한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활동을 더욱 재미있게 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그래, 그런 시기도 있지' 생각하며 별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넘겼던 것 같다.
물론 누구에게나 그런 소위 말하는 '노잼 시기'가 온다. 일상 속 별 재미없는 일들을 가만가만 넘기는 시기. 이것을 고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고, 그냥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한 '효율적'의 의미를 읽으면서 학생들을 열심히 살도록 설득할 필요성을 느꼈다.
“지금 나에게 부과된 일의 성격에 맞는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
책에 제시된 '효율적'의 두 번째 의미이다. 힘들지만 우리가 학교에 매일 학교에 오는 이유를 생각하도록 하고,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하면 노잼 시기를 겪는 학생들도 마음이 조금은 움직일 것 같다. 그리고 이 철학은 화장에도 적용된다. 교사인 내가 고민해 보아도 마땅한 답을 주기 어려웠던, 왜 학생이 화장을 하는 것이 나쁜가에 대한 강력한 논거이다. 화장뿐 아니라 학생들이 학교생활과 규칙, 더 크게는 인생을 살아가며 품게 될 많은 의구심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이 철학이 아닐까 싶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선생님의 철학을 수업으로 어떻게 풀어내셨는지 보여주고 있다. 광고 수업을 보면서는 관련 없는 듯한 것들을 하나의 의미로 모아낸 것이 감탄스러웠다. 또한 '우리로 살기 위한 다짐' 수업을 보면서는 참 의미 있는 수업인데 너무 어려워 보이고, 교실 밖으로 수업을 끌어내신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경력이 쌓여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부러우면서 막막하기도 했다. 결국은 내가 이 책의 도움을 받아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만의 철학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 속에서 그 철학을 수업으로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이 책 전반에는 이경원 선생님의 고민과 삶이 묻어나 있다. 솔직하고 깊이가 있어서 계속 읽고 싶고, 어느새 생각하게 되고, 설득된다. 나도 학생들을 만날 때에 이렇게 솔직하고 깊이가 있어서 계속 듣게 되는 이야기를 하는 교사이고 싶다. 지금처럼 새 학년을 시작하기 전 고민이 가득할 때, 이어지는 학교생활 속 어느새 기계적으로 살고 있다 자각할 때 이 책을 펼쳐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