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

When he changed the air inside me 그의 공기

by 이비

-사랑은 말보다 공기에서 먼저 피어났다.

내 삶에 빛이 들어왔다.

그 빛은 사람의 온도를 닮아 있었고,

어느새 나는 그 온도에 익숙해져 있었다.


감정의 굴곡도, 날 선 말들도 그의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내 안에 머물던 인공적인 단내가 사라지고

대신, 햇살에 말린 과일처럼 은은하고 따뜻한 냄새가 남았다.


Han을 처음 만난 건 친구의 결혼식이었다. 나는 신부의 친구로, 그는 신랑의 지인으로 왔다.

나는 반가움의 마음으로 갔고, 그는 먼 전주에서 긴 시간을 달려왔다. 우리는 시선이 마주친 순간, 서로의 공기를 알아봤다.

나중에 단체사진을 보니 Han은 내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지금은 내 옆에서, 같은 방향을 향해 걷고 있다


Han을 만나기 전의 나는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불안한 마음의 냄새 속에 살았다.

마치 오래된 방 안, 닫힌 창문 틈으로 스며든 먼지 냄새처럼.


그런 내게 Han은 새벽의 공기 같았다.

조용하지만 맑고,

말없이도 마음을 맑게 만들어주는 그런 공기였다.


그는 늘 한결같았다. 예민하게 흔들리는 내 마음을 따뜻한 물처럼 덮어주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내 안의 공기가 부드러워졌다.


서로의 몸을 맞대었을 때, 빈틈없이 꼭 맞아 투명한 마음이 전달되었던 것은 아닐지.

차가운 바람이 잦아들고, 대신 막 피어난 꽃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 듯한 안정감이 스며들었다.


이제는 안다. 사람이 남기는 건 말보다 온기라는 걸.

그가 스친 자리엔 언제나 봄날의 흙냄새 같은 따뜻함이 남았다.


Han은 내게 민들레 홀씨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서로의 계절이 되어 같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서로의 온도로 꽃을 피우려 한다.


그가 내게 왔던 모든 날이 봄이었다.

이제, 내가 그 봄이 되어 그의 곁에 머무르려 한다.


-

당신의 봄이 되고 싶어요.

겨울이 오면 함께 따뜻해지고,

여름이 오면 서로의 그늘이 되어줄게요.

바람이 불면 함께 흔들리고,

비가 내리면 잠시 멈춰 서서

서로의 어깨에 고요히 기대고 싶어요.


당신이 내 안의 빛이 되어준 것처럼,

이제는 내가 당신의 하루를 밝혀주고 싶어요.

말로 다 하지 않아도,

당신이 내 마음을 알아볼 수 있게

나는 오늘도 당신 쪽으로 천천히 피어나요.


그렇게, 나…

당신의 봄이 되어도 괜찮을까요?

-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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