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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토끼 Aug 18. 2023

이 여름, 서핑 한 번?!

바다는 싫지만, 서핑은 해보고 싶어...

 나는 한 여름 해수욕장을 싫어한다.

유쾌하지 않은 짭조름한 바다향에, 털어도 털어도 나오는 모래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바닷가 해변의 쓰레기들이 한데 뒤섞여 한 여름 해수욕장은 그닥 좋은 인상은 아니다.


 나의 편견을 아이들에게 고대로 물려줄 수는 없는 일. 그렇다고 여름을 워터파크로 기억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용기를 내어 바닷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다. 최대한 내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로다가...


1. 샤워시설이 완비되어야 함. 반드시!

2. 내가 꼭 들어가지 않아도 돼야 함.

3. 너무 사람이 많이 않은 곳.

(엄마용 커피는 필수조건 ㅋㅋ)


그리하여, 고안해 낸 곳이 서핑이었다. 유명한 강원도 서퍼들의 파라다이스는 아닌, 경북 지역인데 내가 필요로 하는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었다. 게다가 초등학생 강습은 물론, 복장에 아쿠아슈즈까지 싹! 준비물은 오직 썬크림과 모자! 게다가 시간제한도 없었다. 비용은 인당 6만 정도...


첫 번째 고민, 워터프루프 썬크림 구매하기.

이것저것 비교해 봤지만 딱히,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 내 기준에 맞춰 순하고(눈가에 발라도 따갑지 않은), 자외선 차단 효과가 좋고(리뷰에서 차단이 잘되요~라는 후기가 많은지) 용량이 적은(한 철만 쓰고 싶다. 늘 유통기한에 쫓기는지라...) 그냥 이런 매우 주관적인 기준에 맞는 것을 구매하여 발랐고 만족했다. 정 안되면 샵에서 파는 것을 바를 생각이었으므로,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기로 결심도 했었다.


두 번째 고민, 10시냐 VS 2시냐

10시는 너무 이른 것 같고, 30분 전에 도착해야 하는데...

2시는 또 너무 한 낮인 것 같아서 고민했다.

이제 와서 뒤돌아보니, 10시가 좋다. 좀 빡쎄지만 사람이 더 적고, 덜 더워서 정신을 차리고 배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오후에는 다른 사람들 보면서 먹고 놀고 쉬엄쉬엄 즐길 수 있었다. 

아이들은 10시에서 12시까지 바짝 해보고, 그 이후에는 서핑 보드를 배 삼아 놀더라...

걱정과 달리 뙤약볕 아래 바다 속에서 노는 아이들은 더위를 먹지 않았다. 다만, 그늘막에 앉아 애들을 지켜보는 나만 더위를 먹었다. 


세 번째 고민, 점심은?

그냥 샵에서 파는 라면을 먹기로 했다. 옆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공수해 와 김밥&라면이라는 물놀이 최적의 점심을 편리하게 해결했다. 맵질이 때문에 김밥은 특별히 하나 더 준비해 놓았다. ㅋㅋ

물놀이에 지쳤을까 봐 여러 가지 생각했다가, 그냥 나의 편리함을 추구하기로 했는데 아이들이 고학년이라 그런지 나의 메뉴에 매우 만족해하셨다.


아쉬운 점은?

- 어른은 수업을 받지 않을 거라면, 캠핑 의자 같은 것을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 앉아있을 곳이 없다;

- 혹시 애들을 챙겨야할까 싶어서, 나는 수업을 받지 않았는데, 그 시간 그 수고를 들였다면 나도 수업에 참여할 걸 그랬다.

- 아이들을 그늘막에서 지켜보다가, 나는 더위를 먹었다. 그냥 나도 바닷속에 풍덩 담그고 놀 걸 그랬다.


다른 엄빠들에게 당부의 말은?

- 아이들은 날씨가 해가 쨍, 바람 없는 날~ 몸무게가 적어서 그런지 보드에 잘 섭디다...

- 아이들은 바람 부는 날(태풍 영향권)에는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미리 날씨를 보고 예약하시길.

- 아이들이 적극적이지 않아서 너무 개입하시는 엄빠들... 제발 그냥 두세요. 알아서 합니다요~


저처럼 바닷가 뒤처리 끔찍하신 분들을 위해,

일단 몸이 너무 타는 것을 원치 않을 경우에는 슈트를 입는 게 좋은 것 같고요~

모자는 목까지 가려주는 모자가 더 좋은 것 같고요~

빌린 옷, 신발 다 반납하고 오니 너무 단출하고요~

클렌징은 숙소에서 다시 하면 되니까 샤워장에서 아이랑 너무 씨름하지 마세요~


가을까지도 슈트를 입고 서핑을 즐긴다고 하니,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고향 내려가는 길에 들려서 또 해보고 싶다.


바닷가는 여전히 별로다. 하지만, 서핑은 다음엔 나도 꼭 해봐야겠다. 요즘 세대는 서핑은 해봐야 한다나?

원래는 빠지에 한 번 가보고 싶었으나, 주변에 후배들이 안전이 너무 걱정된다고 하여 바닷가로 왔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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