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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토끼 Nov 01. 2022

국어 아이에게 수학이란,

선행을 버리다

국어 아이에게 수학이란 모순덩어리다. 수학처럼 논리적인 학문에 모순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아이의 말에 따라 '왜'라는 질문을 모든 규칙에 넣어보면, 그렇게 느낄 만도 할 것 같다. 왜 더하기보다 곱하기를 먼저 해야 하는지, 8의 3/4는 왜 8을 4로 나눠서 3을 곱하는 것인지(특히, 의가 왜 곱하기냐고...), 약분을 해도 같다는 게 무슨 뜻인지, 분수를 분수로 나눈다는 게 어떤 상황에 쓰이는지, 분수와 나눗셈의 관계, 왜 0으로 나눌 수 없는 것인지 이런 것들이다. 수학자들이 그렇게 약속으로 정했다고 하더라~로는 납득되지 않나 보다.


나는 이미 너무 한국(?) 수학에 길들여져 있어 그런지, 아이의 '이해가 안 돼'라는 말을 들으면 가르치고자 하는 전의가 타오르기보다는 불태우다 못해 싹 사그라들어 버린다. '하기 싫어서 이해가 안 된다고 하나' 싶은 오해가 생길 지경이다. 이해하는 듯하다가도, 다음 문제로 넘어가면 다시 이해가 안 된단다. 어떻게든 알려주려고 열심히 들여다보니, 초등학교 수학에서는 아이들의 계산 효율을 위해 푸는 방식을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보였다. 그렇게 풀어나가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면 손가락을 동원해서 계산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오는데, 그런 부분은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면, 대분수의 합을 구할 때는 무조건 가분수로 바꾼다던가, 10의 보수를 이용하여 덧셈과 뺄셈을 연습시킨다던가 하는 것이다.


아이가 질문한다.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 풀고, 어떤 경우에는 저렇게 푸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다들 반복 연습으로 익숙해진 것을,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해하여 앞으로 나아가려는 아이의 노력이 가상하지만, 효율은 0이긴 하다. 돌아보니, 책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인과관계를 중시하는데, 수학에서는 그 인과관계가 납득되지 않았나 보다. 왜 이렇게 풀어야 하는 걸까 고민하는 큰 애 옆에, 수학 숙제를 열나게 풀고 있는 작은 애가 모든 문장제 문제를 덧셈으로 풀길래 왜 문제를 읽어보지 않고, 다 덧셈으로 식을 세우냐고 물어보니, '이 단원은 덧셈이야'라고 하더라. 효율 100이긴 하다. 그러나 이것도 문제인 건 마찬가지...


수학을 전공한 지인의 조언에 따르면, 초등학교 수학의 목표는 자연수의 사칙연산이라고... 어찌 됐건, 자연수의 사칙연산을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고, 지나 보면 다 그 정도는 하게 되니 걱정할 것은 없다고. 얼마나 빨리하냐가 문제인데, 빨리할 필요 있냐고... 중/고등학교에서는 그 자연수 범위가 확장되며 정수, 유리수, 무리수로 넓어지는 것뿐이라고(헐!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되다니, 말로는 쉽구나) 수의 체계를 알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며, 요즘은 비문학 책이나 유튜브에도 수의 체계나 역사에 대한 좋은 자료가 많으니 아이랑 같이 찾아보면 오히려 더 흥미가 생길지도 모르겠다고.(수학 유튜브로 시작해도, 토깽이로 끝나는 게 문제임)


그래서 선행학습을 버렸다. 그리고 복습하며 느리게 쫓아가 보기로 했다. 직전 또는 전전 학년 최상위 수학 문제를 풀어보는 식의 사고력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수학이 논리적 사고를 목적으로 하는 과목이라면, 자기가 이미 다 배운 모든 수학 규칙을 동원하여 그 정도는 풀어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동시에, 나도 기존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도 저 마음 한 구석에서는 수학은 숙달된 속도인데(현재 담임선생님도 연산은 계속하라고 하셨는데), 연산 문제집을 풀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너무 괴롭긴 하다. 그냥 수학학원에 맡겨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하지만 아이가 아직 학원 갈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고 하고, 그런 상황에 억지로 시작하면 언제까지 유지될지 불 보듯 훤하여 그렇게 하지도 못하겠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고 믿고 같이 헤쳐나가 보기로 했다. 5학년 2학기면 중학교 수학을 선행한다는 얘기가 여기저기 들리지만, 귀를 닫는 그 어려운 일을 해 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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