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말고 타자연습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IT업종에 종사하는 엄마로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코딩이나 프로그램류의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지 않다. 주변에 친한 엄마들이 코딩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면, 그럴 필요 없다고 보통의 나와 같지 않게 단호하게 대답하는 편이다. 그건 아마도 현업 종사자라서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개발 언어가 생겨나고 사장되는 판에 코딩 수업이라니... 초등학생에게 도대체 어떤 코딩 수업을 한다는 걸까? 호기심에 몇 가지 살펴보니, 대부분은 논리적으로 순서를 짜서 실행하는 수업이더라. 예를 들어, 목적지까지 가는데, 위쪽, 왼쪽, 돌기 화살표만 갖고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을 찾는 식이다. 다행히 실제 코딩 언어 교육은 아니지만, 배울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은데 코딩 교육은 후순으로 두어도 되겠더라.
코딩 수업을 통해서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고 하는 점은 동의하지만, 내가 원하는 목적이 생겼을 때 배워도 늦지 않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바둑기사에게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하는 것이, 프로그래머에게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즉, 프로그래밍은 하나의 언어로써 수단이 되기 때문에, 목적이 생겼을 때 발휘된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영어를 공부하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어른인 세상에서는, 어쩌면 말하듯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뚝딱 만들어낼지도 모르는데, 아직은 사람 영역의 것을 더 많이 해 보면 좋겠다.
컴퓨터 관련에서 코딩 교육은 아니라도 꼭 준비해놓으라고 당부하고 싶은 종목(?)은 있다. 바로 타자 치기. 키보드는 쉽게 변화지 않을 기본 입력 도구일 것 같다. 핸드폰에서는 한글용 천지인 입력판이 새로 생기긴 했지만, 범용적으로 본다면 한글/영문 모두 기존 컴퓨터 키보드 자판 그대로 많이 사용된다. 그러니 어릴 때 한 번 배워놓으면 그냥 쭉 가져가는 자산(?)이 되는 셈이다.
고학년쯤 되면 학교에서 PPT 자료도 만들고, 숙제를 준비하느라 워드로 글을 써 갈 기회가 생기는데, 그때 아이 앞에서 타자 솜씨를 한 번 뽐내어 동기를 부여하고, 독수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자. 독수리로 몇 번 치다 보면, 독수리로도 제법 속도가 나서 열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니, 그전에 잡아주면 좋을 것 같다.
나중에 중/고등학생이 되어 글을 쓰든, 코딩을 하든, 숙제를 하든, 키보드 치는 일이 생겼을 때,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열 손가락으로 생각의 속도만큼 빠르게 타이핑할 수 있는 준비만 시켜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