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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토끼 Jan 11. 2023

공부방 고민, 거실 공부에 대하여

방에서는 놀고, 거실에서는 공부하고!

 최근에 우연히 TV 방송에서 '공부방 없애기'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스페셜 프로그램을 봤는데, 주요 내용은 공부방을 없애고, 열린 공간인 거실에 책상을 배치하여 공부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이야기였다. 요약하면,

가족 공동 공간인 거실에 책상을 놓고 공부하게 하면,
아이가 보는 눈을 의식하여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공부를 하더라.



우리 집도 거실에 책상이 나와있긴 하지만, 공부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거실이 넓고 방이 좁은 구조라 거실로 책상을 뺐을 뿐이다. 또한 아이들이 숙제를 혼자 하려고 해도, 하다 보면 자꾸 물어볼 일이 생기니 내가 계속 왔다 갔다 할 순 없는 노릇이라 거실에 책상을 놓아 가까이에서 봐주고 채근도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공부가 목적이었다고 인정해야 할 수도...)


그런데 이게 그렇게 좋은 방법이라니?! 생각해보니 이런 점이 좋았다.

같은 공간에 있으니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수다도 떨다가, 조사하는 숙제할 때 방향 잡는다고 한참 토론도 했다가, 수학 문제 몰라서 같이 풀다가, 영어책 읽기도 하다가, 다시 학교에서 있었던 수다 떨다가... 가 반복이다.

그러다가 너무 시간을 방대하게 쓰면, '10분 만에 끝내고 자야겠다. 얘들아 시간 좀 봐'하며 바짝 집중해서 하라고 잔소리도 한다.(같이 놀아 놓구선...)


 생각해 보니, 잔소리는 조금 더 하게 된다. 폰을 자꾸 보면, '20분 안에 끝내고 카톡 하면 좋겠다'라고 하거나, 만화 그리기에 꽂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리면 벌써 10시라고 알람도 해준다. 같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멘트이다.


이렇게 매일매일이 흘러가다 보니, 같이 어울려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고 더욱 친해진다. 이제는, 할 말만 하고 각자 자기 방에 들어가 버리면 내가 궁금해서 못 살 것 같다. 이렇게 초등학생 시절을 다 같이 모여 아웅다웅 지내놓고, 중학교 때는 공부에 집중하라고 자기 방에 넣어버리면, 만나는 시간이 줄어드니 대화 단절은 당연한 수순이다.


사실 나도 아이가 6학년이 되니, 집을 옮겨서 아이 방을 제대로(?) 꾸며주고 싶었다. 책상도 방에 넣어주고, 책장도 깨끗하게 다시 해주고 싶었는데, 방송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나는 계속 '거실에서 공부하기' 방법으로 해보려고 한다. 아이를 방에 넣어 놓고 공부를 제대로 하는 건가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도 있고, 아이가 방에 들어가 있을 땐 논다고 생각하면 내 마음도 편하고! 


 아이들에게도, 아무래도 혼자 있으면 자기를 통제하는 게 힘드니, 엄빠 눈이 있는 거실에서는 핸드폰도 좀 덜 보게 될 것이고, 공부하는 것도 좀 티 낼 수 있고, 자기 방에 들어가면 눈치 안 보고 놀고~!


 우리 집 아이들은 지금까지 거실에서 숙제도 하고 공부도 했기 때문에, 큰 변화 없이 그냥 이대로 쭉 하면 될 것 같다. 그러다가 아이가 방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면 그때 가서 방을 공부방으로 만들어 주면 되니, 부담 없이 거실 공부를 이어가 봐야겠다. 거실 공부 3년 후가 벌써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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