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없이 아이와 대화하기 쉽지 않아요~
왜라고 묻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배웠었다. 까닭을 알고자 하는 의문사! 그런데 이 '왜'는 무언가를 공부하거나 연구할 때만 좋은 질문인가 보다. 실제 생활에서 '왜'를 어떨 때 많이 쓰는지 생각해보자. '왜 그랬니?'를 가장 많이 쓰지 않을까? 그 질문을 사용하는 상당히 많은 경우에서 '왜'는 뒤에 '비난'을 감추고 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왜 그랬니? 왜 했니? 왜 안 했니?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사용할 때, 비난을 포함하는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왜 숙제를 안 했겠는가, 왜 싸웠겠는가, 왜 거기에 갔겠는가, 왜 그렇게 한 걸까... 어른도 자기가 한 행동에 명확한 이유를 찾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왜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으로 객관적이지 못한, 그래서 더 거짓말처럼 보이는 대답들을 듣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솔직해지기보다는 상대방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갖다 붙이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변명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어른들이 아이에게 하는 많은 '왜'는 변명을 만들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왜를 빼고 말하려고 하니 너무 어렵다. 심리치료사들이나 하는 기술인가 싶을 만큼 아이와 대화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학원에 아이가 안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해보자. '너 오늘 학원 안 갔어?' '응' '왜?' 이런 패턴인데,,, 왜를 여기서 빼고 대화를 하려 하니, 다음에 이을 말이 없더라. 왜를 빼고 내 짐작을 넣어 보았다. '아파서?' 그럼 우리 아이는 아직 착해서(?) 그게 아니라며 얘기를 조곤조곤하겠지만, 만약 '아니'라고 단답형으로 대답한다면, 난 그다음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 걱정이다. 질문을 하지 말고, 바로 혼을 내보면 이런 시나리오가 된다. '안 가면 안 간다고 말을 해줘야지, 혼자 결정하면 어떡하니?' 질문이긴 하지만 '왜'는 피했다;
왜라고 묻지 못하게 되면, 나는 아이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위에 언급한 학자들처럼 '왜 그런 걸까?' 스스로 답을 구하려 하겠지. 물론 단순히 '그러고 싶지 않아서' 일 수 있지만, 아이의 행동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세운 많은 가설을 통해서, 나는 아이에게 생길 수 있는 많은 경우를(특히, 안 좋은) 상상하고 아이를 더 많이 알아가고, 종국에는 별거 아닌 이유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오히려 행복해지겠지. 그 많은 불편한 상상이 맞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사실 이유를 안다고 해결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냥 이해를 하거나 내버려 둘 수 있게 되는 것이지. 그러므로 '왜'라고 묻기 전에 진정한 '왜'인지를 생각해보고, 비난하는 왜라면 다른 질문이나 말을 통해 아이와 대화하려는 시도를 해보자. 오늘 왜를 얼마나 썼는지 생각해보고, 그렇게 왜를 많이 쓰는지 한번 놀라 보고, 그 왜는 어떤 왜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