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거북이 사진은 그만.
아이가 책가방을 싸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생태 전환교육이라는 교과 책이 눈에 띄었다. 생애 전환기도 아니고 생태 전환이 무슨 말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생태전환교육', 즉 환경에 대한 교과서였다. 라떼는 배우지 않았던,,, 사회책에 단편적으로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환경오염이 심각하는 정도만 배웠던 그 단원(?)이 어느새 과목이 되어 있었다.
이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환경에 대해서 배우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겠지만, 아이들이 재잘재잘 실어 나르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너무 단편적으로만 배우는 것 같아 약간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빨대를 쓰면 바다에 사는 거북이 코에 꽂혀 거북이가 아프다며 빨대를 광적으로(?) 사용하지 않는가 하면, 어느 날은 다짜고짜 지구를 위해 모든 가족이 활동하는 저녁 8시에 30분간 불을 꺼야 한단다. 공기 오염의 주범은 소가 내뿜는 숨과 방귀이므로 소고기를 적게 먹어야 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채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야채도 싫어하면서)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이들 머릿속에는 어느새 주관식 시험문제 답안처럼, 모든 환경 문제의 원인이 단답형으로 정해져 버린 듯했다. 특히 동물과 관련된 자극적인 사진은 아이들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 에어컨을 틀면 북극곰이 죽을 듯이 맹신하며 따른다. 걱정도 많이 한다. 저렇게 쓰레기가 많은데, 환경이 너무 불쌍하다고... 징징징 그러는 통에 괜한 짜증이 솟는다.
아이들이 기업과 환경, 개인의 이익과 편익이 달린 복잡한 환경 문제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환경 문제를 너무 편협하게 가정에만 초점을 두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에 해결책을 두고 있는 점에 화가 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도 반격을 시작했다. 바다에 빨대보다 더 많은 쓰레기가 뭔지 아냐(어선이 버린 그물 어쩔?), 소 보다 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게 뭔지 아냐(에너지 만드는 발전소), 우리 집에서 에어컨 백날 안 틀어도 왜 북극에 얼음이 자꾸 녹아 북극곰을 슬프게 할까(회사들은 열심히 튼단다)
얘기를 나눌수록 아이의 환경을 걱정하는 마음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뾰족한 해결책이 없으니 아이들 정신 건강을 생각하여 그쯤에서 그만두었다. 그래도 이 환경 문제가 단순히 하나의 문제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봐도 되나.
남편은 종종 빨대를 사용한다. 이가 약해서 탄산음료를 마실 때 치아에 최대한 만나지 않도록 가급적 빨대를 사용하는 것이다. 오늘도 아빠가 빨대를 쓰는 것을 본 아이들은 잔소리가 하고 싶어 안달인 얼굴이었다. 빨대를 바다에 버리지 않고 쓰레기 통에 잘 버리면 된다는 아빠의 윽박에 할 말 많은 얼굴로 아무 말하지 못한 채 둘이 눈만 꿈뻑꿈뻑대는 모습에 나는 애꿎은 환경 교육을 탓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