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정해져 있지만...
첫 아이를 낳고 출산의 기억이 미화되려고 할 즈음, 아이 혼자 노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동생이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옷을 똑같이 맞춰 입은 형제들이 눈에 밟힐 때쯤 나는 친정엄마한테 이렇게 물었다.
"둘째 가질까?"
아이 키우며, 일하는 딸을 늘 안쓰럽게 보는 친정엄마는 늘 말씀하셨었다. "요즘엔 한 명만 낳는다더라. 애들 키우려면 돈도 많이 들고, 힘들고 넌 그냥 편하게 하나만 키워" 이번에도 그렇게 말씀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였다.
"그럼 더 고민하지 말고 가져, 너 이 고민 10년 한다. 그럴 바엔 그냥 바로 또 낳아서 같이 키워"
나는 엄마 말을 아주 잘 듣는 딸은 아닌데, 답정너였는지... 더 고민하지 않고 나는 둘째를 가졌다. 남편도 하나 낳을 바엔 안 낳는 게 낫지, 낳을 거면 둘! 에 의견을 보태어 흔들리는 나의 결정을 굳히도록 도와주었다. 다행스럽게도 원하는 대로 아이가 생겼고, 가장 좋다는 2살 터울에, 가장 좋다는 자매 조합으로 키우게 되었다.
그런데, 반전.(셋째 아님) 둘째 그냥 낳으라고 주장하던 친정엄마는 내 동생에게는 다르게 조언을 한 것. "뭘 둘째까지 낳아~ 힘들게. 돈도 많이 들어~" 그리고 동생은 외동으로 기르고 있다. 역시 친정엄마는 답. 정. 너 기술의 고수... 그렇지만 동생은 아직도 가끔씩 아직도 둘째를 고민한다. 갖지 않을지라도 고민하더라.
우리는 외동과 형제의 장/단점을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 답. 정. 너다! 그러나 나는 몇 가지 의견을 '둘째를 가진다'쪽으로 더 보태고 싶다.
- 정말 끝까지 둘째에 대해서 고민한다. 아이가 5학년이 될 때까지... 큰 아이 10살에 고민 끝에 점괘가 좋다고 낳는 사람도 봤다. 아이가 12살이 될 때까지 고민을 할 바엔...
- 하나도 힘든데 둘 키우기 얼마나 힘들겠냐고? 경험상 덜 힘들다. 왜냐? 둘이 논다. 엄마는 오히려 잘 수 있다. 집이 난장판이 되는 건 눈 감아 주기~ (둘째가 막 태어난 1년은, 힘들긴 한데 둘째가 너무 이뻐서 후루룩 지나감)
- 첫째 때 혹시 몸 회복을 완전히 못 해서 갈비뼈 높낮이가 맞지 않거나 골반이 비뚤어졌다면, 돌려놓을 기회가 찾아온다.
말리고 싶은 경우도 있다. 부부 중 한 명이라도 둘째를 원하지 않는 경우이다. 엄빠 나이가 많은 것도, 돈이 많이 드는 것도 다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한 사람이라도 아이를 원하지 않는데 일방적으로 갖게 되면 두고두고 분란의 소지가 생기는 간접 경험을 많이 했다. 툭하면, 뭐라고 할지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입에 담기도 싫음)
아직도 가질까 말까 고민하는가? 너무 늦어서, 힘이 들어서, 재정적으로 부담이 돼서, 키워줄 사람이 없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의 고민이 향하는 방향은 있다. 나의 경우에는 외롭지 않게 같이 크는 모습이 보고 싶었고, 그래서 그런지 둘이 같이 뭐 하는 모습을 보면 모든 시름이 싹 가실 만큼 그렇게 예쁘더라(셋째는 나 말고 모든 가족이 반대하여 갖지 않기로...) 내가 원하는 것, 중요시 여기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정말로 늦기 전에 결정을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