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토끼 Nov 25. 2022

도서관에서 책 제대로 빌리는 방법

무조건 꽉 채웁니다.

나의 토요일 루틴에는 도서관 2곳 투어가 들어있다. 애들이랑 같이 가서 책 보냐고? 설마~

애들 없이 그냥 혼자 가서, 매주 책을 퍼 나른다. 그림책, 만화책, 판타지 시리즈, 비문학, 연애소설, 동시집, 역사책 가리지 않는다. 다만 신착이 있으면 신착 위주로... 아이들 희망하는 도서가 있으면 그걸 우선순위로 빌린다.


우리집 전략은 다독이다.

정독, 속독, 온책읽기 다 모르겠고 그냥 맘에 드는 책들을 많이 읽자 전략이라 무조건 많이 빌려온다. 인당 5권씩 하면, 아이 둘에 나까지 최대 3주 동안 한 도서관에서 기본적으로 15권을 빌릴 수 있다. 그렇게 2곳을 다니면 30권을 빌릴 수 있다. 상호대차라고, 관내 도서관 간에 책을 땡겨올 수 있는데 그것도 5권씩 가능해서, 합치면 45권을 빌릴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다독 전략에 맞게, 꽉꽉 채워 빌린다.


바라지 말고, 실망하지 말고, 계속 꽉 채워 빌린다.

45권 쓸어 담아온 책 중에 그림이 이뻐서, 제목이 괜찮아서, 작가가 유명해서(이수지님 수상했을 때), 일기 쓸 때 패러디할 동시 찾으러, 엄마가 너무 추천해서, 책 읽기 숙제가 있는데 얇은 책을 읽고 싶어서... 다양한 이유로 아이들은 책을 집어 든다. 당근 흐뭇하다. 그러나 빌린 책을 다 소화해내지는 못한다. 애들이 손대지 않는 책은 아무리 강력 추천을 받은 좋은 책이라 할지라도 미련두지 않고 반납해 버린다.


욕심을 낸다면, 재미있는 책을 골라서 빌려본다.

독서 카페에 가입하여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었다고 추천하는 책들을 빌려본다. 그럼 아이들이 잘 읽을 확률이 올라가긴 한다. 안 읽으면, 다른 종류의 책으로 다양하게 빌려본다. 수수께끼, 과학만화, 추리 탐정, 수학책, 철학책, 인문학, 요리책, 아기들이 읽는 책, 역사책... 그러다 하나 잘 걸리면 깊게 파 들어간다. 처음엔 동일 작가로, 동일 주제로, 동일 장르로 파 들어가다 보면 그중에 하나 얻어걸려 같은 작가의 다른 책, 같은 삽화 작가의 다른 책으로 넓혀나갈 수도 있게 된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책을 아이들에게 팔아보자.

아이 취향에 맞게 빌려온 책들을 큐레이션 해준다. 이건 엄마의 노력이 더 필요한데, 책을 간단히 조사하여 아이가 흥미나 궁금증을 가질 수 있도록 미끼를 던지는 것이다. 복잡하거나 자세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엄마가 일찍 죽어서 아빠랑 단 둘이 사는 이야기래, 이 책 그림이 너무 예뻐서 빌려왔어~, 이건 이번 주 1위 한 책이라는데 보여서 덥석 집어왔어. 예약해서 줄 서서 본데. 이런 식이다. 그럼 아이들이 들춰보다가 그냥 덮는 경우가 많다. 글이 많아서, 재미가 없어서, 별로, 그냥 안 읽고 싶어서... 그럼 그런대로 두면 되지만, 정말 읽히고 싶은 책은 내가 읽어준다. 일명 강제로 읽히기;


다만, 생색은 내면 안된다.

엄마가 힘들게 40권씩 들고 오면 뭐해~ 이렇게 힘들게 들고 왔는데 한 권도 안 읽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이런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속으로, 내가 책을 못 팔았구나. 더 먹히는 책을 빌려봐야겠다고 생각하자.(성인이 돼가는 중) 기쁨에 찬 얼굴로 책 보따리를 풀어놓으면, 착한 아이들은 마지못해 한 권 정도는 읽는다.




첫째는 책을 아직도 아주 좋아하고, 둘째는 평타 이상은 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데, 돌아보니 미디어 노출을 최대한 늦추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영상이 너무 재미있어지기 전에, 자극적인 책으로 어그로를 끌어야 한다. 하이틴 드라마를 보기 전에 연애 소설을 먼저 쥐어줘야 한다. 선뜻 내 손으로 빌려 주기가 꺼림칙하지만, 영상을 이기려면 좀 더 쎈 책을 준비해야 한다.


뭐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나중에 언어영역을 하느라 낑낑대고 학원 다니느니 독서의 재미를 알아서 자연스럽게 언어능력을 키우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계속하고 있다. 책을 빌리면서 분명 나도 자연스럽게 책을 전보다는 더 읽게 되므로 내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 그냥 따지지 않고 꾸준히 아이 6학년 때까지만 해보려고 한다.


별거 아니다. 근처 도서관에 가서 빌릴 수 있는 최대한의 책을 빌려 오면 되는 것이다. 예쁘고 귀여운 그림 책부터 당장 내일 도전해 보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검색에도 삽질이 필요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