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했던 시작의 기억을 회상하며...
영어를 홈스쿨링으로 시작하게 된 상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아이가 언어에 빠르다 정도만 인지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이런 글을 읽었다.
아이에게 언어감각이 있다고 느꼈다면, 영어를 더 빨리 시작해야지 뭐 하는 거냐고...
모국어가 자리 잡았다면, 벌써 시작했어야 한다고...
헉! 꼭 나를 질책하는 글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졌고 부랴부랴 뭐라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 글에서 노부영을 소개하고 있어서 무작정 노부영 베스트를 샀었고,
하라는 대로 영어노래와 율동이 나오는 DVD를 매일 저녁 틀어놓았다.
원래 우리 아이들이 동요와 율동을 좋아해서 그런 건지, 이게 대박(?)을 쳤다;
어느 날 자려고 셋이 누웠는데, 누워서 율동은 물론이고 가사도 웅얼하긴 하지만 거의 다 외우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영어에 흥미를 올렸다면,
그다음은 그림책과 파닉스 차례다.
그림책은 언어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니 글밥 적은 것으로 해도 괜찮은 것 같다.
그림책은 쉬운 책으로 거의 매일 저녁 읽어주었다. 책이 많지 않아 중복되어도 매일 읽었다.
한국말인가 싶을 만큼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성심을 다하여 리얼하게 정성을 들였다.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단어 풀이도 해준다)
그리고 파닉스는 자음은 버리고 모음 위주로만 진행했다.
모음을 배우다가 자음은 그냥 저절로 알게 되도록 자음은 묻지 말고 말해준다.
그래봤자 나오던 자음만 반복되기 때문에 금방 외운다.
단모음/장모음/이중모음을 어린이 책으로 한 달 만에 빠르게 훑고(교재는 파닉스 키즈를 사용했다)
바로 사이트워드를 위해 같은 출판사 JFR36으로 넘어갔다.
우리 아이들은 노래에 잘 반응하기 때문에 노래로 사이트워드를 뚝딱 외울 수 있는 JFR을 선택했다.
I, am, you, are, it, is, go, come, this, that 등 눈으로 보면 바로 알아야 하는 사이트워드를
노래로 배우는데 최고의 책인 것 같다. (우리 딸은 아직도 이 책을 소중하게 간직한다)
이렇게 사이트 워드를 인지하고, 떠듬떠듬이라도 단모음을 읽는다면
이제 정말 쉬운 리더스정도는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잘해 나가는 것 같다가도, 읽는 게 흔들리면 전에 했던 파닉스 책을 한 번 빠르게 훑어서 복습을 반복한다.
쉬운 리더스 시작하기 전까지 이 모든 과정에, 엄마 또는 아빠는 꼭 필요하다.
아이 의지가 있을 리 없고, 아이 혼자는 할 수 없는 과정이다.
매일 할 수 있게 다독이는 것은 부모의 몫이기에...
다른 애들은 학원 다니는데, 숙제도 많고 힘들데...(비싸기도 비싸고...)
우린 이렇게 노래 부르면 끝인 걸~
이렇게 꼬셔서 매일매일, 쉬지 않고 부르고 읽고, 하다 보면...
어느 날 머그컵에 쓰여 있는 Cup을 읽는 날이 1년 안에 온다. 그때의 희열이란... 캬...
중요한 것은 매일이라는 꾸준함이다.
-아이가 너무 피곤한 날은 간단한 그림책을 읽어주고,
-아이 컨디션이 괜찮으면 파닉스 복습을 한 번 질러주고,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날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제일 잘하는 책을 다시 하고,
-지겨워하는 것 같으면, 사이트워드 써보기를 해도 새로운 놀이가 된다.
첫째는 7살 때, 늦었다고 생각하며 부랴부랴 급한 마음으로 시작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10살까지는 이런 식으로 시작해도 전혀 늦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렇게 읽기 위주로 하다 보면 발음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내 발음은 절대 따라 하면 안 되니깐;
그래서 그림책 CD를 열심히 틀어주기로 했다.
CD를 그대로 틀어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CD Player? 노노...
무조건 음원 파일을 폰으로 넘겨야 손쉬워진다.
차에 타서 막 출발하는 10분, 잘 준비하는 10분, 아침에 10분,
짧게 수시로 들어야 처음엔 음이, 그다음엔 가사가, 그리고 드디어 발음까지 완성된다.
현재 큰 아이는 5학년 말이고, 오직 홈스쿨링으로 Magic Tree House(AR2.8) 정도 읽고 있다.
아주 잘한다고 자랑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꾸준함에 아이와 내가 서로 칭찬하며 어제도 오늘도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는데, 돌아보니 시작은 엉성한 조급함이었다.
이왕이면 좀 자세히 알아보고 착착 지름길을 소개해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다행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에 초점을 맞춘 것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오히려 미리 영어 홈스쿨링에 대해서 알아봤다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지레 겁먹고
시작도 안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모르니까 용감하다고, 당장 그림체가 예쁜 영어 그림책을 빌려 아이와 함께 읽어보는 용감한 시작을 해보시길... 아이가 고학년이라서 조금이라도 영어를 읽는다면, 글 밥 적은 쉬운 그림책을 많이 빌려주는 것도 자신감과 관심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사랑하는,,, 그림이 예쁘고 노래가 좋은 영어 그림책 10권]
- Pumkin Soup (by helen cooper)
- Peace at last
- Big Hungry Bear
- The Stray Dog
- A Perfect Day
- One Gorilla
- I'm the Best
- It's my birthday
- Whose baby am I?
- Up Up UP
- We're going on a Bear Hu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