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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길 Aug 19. 2018

입술을 깨물다

서머싯 몸을 떠올리며

쉬는 날,


채연이 깃털처럼 가벼운 구름이 깔린 하늘을 바라보며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딘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요새도 사진 찍니?"

"당연하지 배운 밑장빼기가 어디가겠어?"

"그런 고급기술 때문에 네가 사진이 안 되는거야, 안 되겠다. 넌 학원 좀 다녀와라. 기본은 익혔을 테니까 중간 반에 들어가서 풍성하게 베리에이션을 쌓아 봐!"

  채연이 예전에 대학원 오빠들과 어울렸을 때 그 중 형만이라는 오빠다. 종수 친구들이랑 만났을 때도 있었고, 선배 언니들을 만날 때도 있었고, 심지어는 현아랑 놀 때도 어쩌다 같이 어울렸던 은근 오며가며 자주 마주쳤던 사이다.


' 둘이 사귀면 덩치 큰 형만이  조그만 채연을 돌봐주고, 선배들 앞에서는 볼수록 매력있는 채연이 형만에게 매력발산하면 완전 찰떡궁합인데,  그냥 둘이 사귀면 안될까??'


주변 사람들은 그 둘을 그렇게 바라봤다.


하지만 채연은 형만을 꼬셔봐야겠다는 생각이 이상하게 안들었다. 대쉬를 한다면 그건 언제나 형만이 먼저 해야지 채연에게는 오직 순종 만이 존재해야하기 때문이었다.

마초.

 그러다 한번은 채연이 미친척하고 먼저 형만에게 전화해서 만나자고 말했다. 근데 왠 걸 형만은 손사레를 치며 줄행랑을 뺐다. 그 이후로 채연이 밴댕이 소갈머리라고 형만을 놀리며 거의 모든 다른 남자들, 종수 선배, 상혁 등등 에게 멋있다고 말하면서 정작 형만을 제외시키자 그는 배신감과 질투로 그 때 이미 마음을 닫은지 오래되었다. 결코 채연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그 둘의 인연은 질기디 질겨 좀체 끊어지지앓았다. 형만은 끝끝내 자신이 더 멋있고 잘생겼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결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종종 전화를 걸어 귀찮게 했다.

"야, 너 내가 봐줄테니까 매 주마다 사진 한장씩 찍어서 보내."


채연은 은근히 그런 형만의 끈질긴 징징거림이 재밌었다. 얼마나 억울하고 얼마나 답답하면 저럴까 싶기 때문이었다.


"고생 많지? 사랑이 애증이 되고 애증이 집착이 되는 그게 바로 인간의 굴레 아니겠냐?'라고 말 해주고 싶지만 그래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안다. 왜냐면 채연도 다 겪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다독여 준다면 다행인 것을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굴레를 벗어나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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